한동안 자취 감췄던 '지분제'로 재건축 추진하는 삼호가든 4차·방배5구역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수년간 재건축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던 '지분제' 방식이 다시 등장했다. 건설사가 시공만 책임지는 도급제와 달리 분양물량까지 맡는 형태로 주택시장 침체 이후에는 조합에서도 선뜻 내놓지 않던 방식이다. 하지만 일부 강남권 재건축 사업장을 중심으로 지분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최근 강남에서 진행된 재건축 분양이 모두 성공리에 끝난 데다 건설사들 역시 랜드마크 재건축을 맡아 강남권 영업점을 늘려가기 위해서다.
18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반포동 삼호가든4차와 방배동 방배5구역이 '지분제'를 내세워 시공사 선정에 나섰다. 삼호가든4차는 29일까지, 방배5구역은 5월13일까지 입찰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재건축 사업은 조합과 시공사의 책임 범위에 따라 '지분제'와 '도급제'로 나뉜다. 지분제는 재건축으로 늘어난 면적 중 조합원들에게 일정 면적을 제공하고 남은 가구를 시공사가 분양하는 방식이다. 일반분양이 성공적이었다면 이익도 시공사가 갖지만 손실이 크면 시공사의 부담도 커진다. 반면 도급제는 시공사가 '시공'만 맡는다. 분양 책임은 조합이 지고 건설사는 3.3㎡당 책정된 공사비로 시공만 진행한다.
이렇다 보니 분양시장 침체가 본격화되고 나서는 건설사들이 지분제 사업장에 입찰을 꺼리는 현상이 이어졌다. 고덕주공2단지는 지분제로 추진하다 두 차례나 시공사 선정이 유찰돼 결국 도급제로 바꿔 시공사를 찾았다.
하지만 최근 분양 리스크를 감안, 건설사들이 강남권 지분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반포 자이'나 '래미안 퍼스티지'와 같이 성공한 재건축 사업지로 브랜드 제고 효과를 얻을 수 있어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분제라 부담감이 있지만 강남에 재건축 사업지가 없는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관심이 높다"며 "삼호가든4차의 경우 GS건설, 포스코, 대우건설 등이 대형사들 모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강남권에서 진행된 재건축 분양이 모두 성공리에 끝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논현동 경복아파트를 재건축한 '아크로힐스 논현'은 평균경쟁률 6.3대 1을 기록했고, 중대형 위주로 구성된 '역삼자이'도 평균경쟁률 1.8대 1을 기록했다.
지분제 부담이 큰 탓에 조합이 높은 무상지분율만 요구하던 관례에서 벗어난 것도 호재가 됐다. 실제 지난 2월 시공사 선정 시 유찰된 방배5구역은 입찰보증금 납입 기준을 완화했다. 150억원이라는 입찰 보증금 전액을 현금으로 납부하도록 했던 기준을 이행보증보험증권으로도 낼 수 있도록 바꿨다.
여기에 시공사가 분양가를 상중하로 나눠 제시하도록 했다. 시공사가 분양가를 상중하 3개안으로 제시하되 무상지분율은 사업성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한 것이다. 무상지분율이 130%라면 분양가는 3.3㎡당 2900만원대, 140%는 3200만원대가 된다.
진갑섭 방배5구역 조합장은 "이번 현장설명회에 12곳의 업체가 들어왔는데 시공사와 조합이 윈윈할 수 있는 건설사가 선정됐으면 한다"면서 "절체절명의 상황이어서 이번에는 반드시 시공사 선정에 성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포동 삼호가든4차는 분양가 하한선만 제시한 경우다. 3.3㎡당 3200만원 이상으로 정하되 공사비는 3.3㎡당 468만원 이하로 제시하라는 기준을 내놨다. 또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경우 발생하는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해서도 제시하도록 했다. 삼호가든4차는 5월 말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
삼호가든4차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들은 아직도 도급제를 선호하지만 우리가 잘 이끌어 가면 시공사들도 충분히 관심을 갖고 따라올 것이라 본다"며 "사업지 규모가 작아 컨소시엄보다는 단독 입찰하는 건설사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팀장은 "건설사 입장에서는 분양 때 현금흐름이 중요하기 때문에 분양성이 담보되지 않을 때는 공사비만 받고 빠지는 도급제가 대부분이었다"며 "앞으로도 미분양 우려가 없다면 지분제로 참여하는 건설사들이 늘겠지만 재건축 사업장 입지에 따라 양극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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