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온라인이슈팀]"'살려달라'는 아우성을 외면할 수 없었다."
세월호 탑승객 김홍경(58)씨는 배에 물이 들어차는 상황에서 선체 안의 소방호스에 커튼을 뜯어 묶어 약10m의 구명줄을 만들었다. 주변에 있던 젊은 사람들이 김씨를 도왔다.
2층에 있던 이들은 이 줄을 1층 선실 아래로 던졌다. 6~7m 아래엔 학생 20여명이 발을 동동 구른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 일행은 이 줄을 통해 학생 20여명을 차례로 끌어올렸다.
정신없이 구조하는 사이 30분이 흘렀을까. 어느새 바닷물이 1층 선실에 꽉 들어찼다. 배는 이미 직각으로 기울었고 선체 후미는 배에 잠긴 상태였다. 선수(배 앞쪽 부분)만 겨우 수면 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침몰이 임박한 순간, 김씨는 후미 쪽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학생 한 명을 더 구했다. 그리고는 자신은 선수 쪽으로 이동해 가까스로 선체 밖으로 탈출했다. 하마터면 생명을 잃을 뻔한 상황이었다.
평범한 직장인에 불과했던 김씨는 승객의 구조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사고 당시 제주도 한 회사의 건축 배관설비사로 취업해 첫 출근을 위해 세월호를 타고 가던 중이었다. 그는 "여객선 2층에 탔는데 오전 8시 40분경 배가 심하게 흔들리더니 얼마 안 돼 선체가 직각으로 기울어지며 학생들이 중심을 잃고 사방으로 쓰러졌다. 그러곤 선실로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20여명의 목숨을 구한 김씨는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미처 배를 빠져나오지 못한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고 했다.
그는 되레 안내방송이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학생들이 그 방송을 듣고 선실에 남아 있는 바람에 구명조끼를 입고 배 바깥으로 나올 기회를 놓쳤다"면서 "'구명 조기끼를 입고 기다려라', '배가 기울어져 위험하니 현 위치에 있어라'는 방송을 10차례 들었다"고 말했다. 그 방송을 듣고 그대로 있었다면 본인 역시 화를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이슈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