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요구와 횡포 시달리던 납품업체 사장은 지난해 끝내 자살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납품업체로부터 거액을 상납받고 해당 업체 사장을 자살에 이르게 한 한국공항공사 R&D(연구개발)사업센터 직원 4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문홍성)는 사업수주를 미끼로 납품업체로부터 현금과 향응 등 총 1억6300만원 상당을 수수(뇌물수수 및 배임수재)한 혐의로 한국공항공사 R&D센터 최모 과장(42)을 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최 과장은 2009년 5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전술항행표지시설(TACAN) 납품업체로부터 청탁과 함께 현금 1억2000만원 및 2200만원 상당의 50만원권 기프트카드 44장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로부터 17차례에 걸쳐 21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TACAN 개발 및 구매사업 실무를 맡고 있던 최 과장은 업체 대표에게 현금과 고급 룸살롱 접대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 과장은 자신의 박사학위 담당 교수에게 4000만원 상당의 연구용역을 의뢰하도록 압력을 넣기도 했다.
검찰은 최 과장과 공모해 업체로부터 받은 기프트카드를 나눠 가진 전 센터장 이모(57)씨와 이모 부장(49), 김 모 부장(52)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골프장과 마트, 학원 등에서 이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무 관련 전시회 참석차 해외출장을 갈 때도 납품업체를 동행하게 해 각종 경비를 지불하도록 했다.
검찰은 해당 회사에 다른 업체의 매뉴얼 인쇄비 1000만원을 대신 내도록 한 또 다른 직원 A(47)씨에 대해서는 공사에 비위 사실을 통보했다.
수년에 걸쳐 R&D센터 간부 직원들의 부당한 요구와 횡포에 시달리던 납품업체 사장은 지난해 10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은 이들의 범죄수익금 전액을 부동산과 예금채권 추징 등을 통해 환수조치 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기업 직원이 특정업체에 발주 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후 이를 상급자에게 다시 상납하는 먹이사슬과 같은 비정상적·관행적 비리가 고착화 돼 있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공공부문 비리의 뿌리를 뽑을 때까지 지속적인 수사를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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