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 상하이증권소에서 7년만에 첫 상장사 퇴출 사례가 발생하면서 중국의 부실기업 솎아내기가 속도를 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는 원유 운수업을 하는 국유기업인 창여우(南京長江油運·난징창장여우윈)를 상장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이에따라 창여우는 오는 21일부터 한 달여간의 정리매매 작업에 들어간다.
창여우는 4년 연속 적자 경영을 해 왔으며 지난해 손실액이 59억위안(약 9억5000만달러)에 이른다.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거래는 지난해 3월 이후 중단된 상태다.
주식시장에서는 상장사 퇴출이 중국 정부가 시장 중심의 금융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 과정에서 나왔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중국 시노링크증권의 황천둥 애널리스트는 "증권당국이 엄격한 상장폐지 요건을 적용해 성적이 나쁜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하는 것은 시장 논리를 강화하려는 시도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증권당국은 2001년 부실 상장사 퇴출제도를 도입했지만 규정이 모호하고 피해갈 수 있는 방법도 많아 현재까지 실행이 잘 되지 않았다.
중국의 대표적인 증권거래소 두 곳인 상하이·선전 거래소에 총 2600개 기업이 거래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상장폐지된 기업 수는 90개에 불과하다. 2007년 이후에는 부실기업들이 우회상장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단 한 곳도 증시에서 퇴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부실 상장사가 많아 중국 주식시장의 가치가 전반적으로 떨어진다는 비난이 불가피했다.
이번에 상장폐지가 결정된 창여우가 국유기업이라는 점은 정부의 부실기업 솎아내기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임을 암시한다. 과거에는 지방정부가 국유기업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적자경영의 방패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국유기업의 증시 퇴출은 이례적인 경우다.
한편 지난달에는 태양광 기업인 차오르(超日)가 중국 회사채 시장에서 사상 첫 디폴트를 내며 부실기업 솎아내기의 신호탄을 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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