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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내·외국인 뒤섞인 이태원 클럽가, 파출소는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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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국인 상대하는 이태원 파출소 동행 취재 해보니
-신고로 오는 이들 가운데 주취 내국인이 70%. "미군범죄 줄고 흑인 행패 늘어나"
-"외국인들, 경찰에게 행패를 부리는 등 나쁜 것부터 먼저 배우기도"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금요일 자정을 앞둔 지난 11일 이태원 파출소. 바로 맞은편 클럽 앞에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파출소 앞에는 술 취한 남자 셋이 비틀거리며 지나갔고 몇 분 뒤에는 역시 취한 듯한 흑인이 여성을 안고 웃으며 뛰어 가고 있었다. 파출소 안에는 탁한 무전 소리가 울리며 경찰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밤을 즐기려는 이들과 지키려는 이들이 한자리서 만났다.


주말 유동인구 5만명. 내·외국인이 뒤섞이는 이태원 밤거리는 자정에 더 빛이 난다. 고단한 파출소 야간 근무자의 '진짜 하루'가 시작되는 것도 그즈음이다. 누구에게는 귀찮고, 누군가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이태원 파출소 경찰들의 새벽을 동행 취재했다.

[르포]내·외국인 뒤섞인 이태원 클럽가, 파출소는 '비상' ▲13일 이태원 한 술집에서 무전취식을 한 취객의 모습을 경찰관들이 지켜보고 있다. 신영빈 이태원 파출소 순경은 "파출소로 오는 이들 대부분이 취객"이라며 "파출소가 집인 줄 알고 바지를 벗거나 주무시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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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크라운, 술 먹고 계산 안 하고 행패" 신고를 듣고 경찰이 출동한 건 새벽 1시께. 현장에 도착하자 젊은 남성이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알코올 중독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 저한테 왜 그래요? 엄마한테 전화해 받으세요"라고 한 뒤 이어폰을 낀 채 드러누웠다. 술값 2만4000원을 안 낸 이 남성은 무전취식으로 순찰대 눈에 몇 번 띈 인물이다. 토하는 남성을 일으키고 말을 걸다 20분 만에 주인이 연락처를 받고 나중에 받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현장에 동석한 경찰관은 "파출소로 오는 신고의 대부분이 술로 인한 시비나 폭행이 대부분"이라며 "술에 취해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경우도 많고 말을 해도 못 알아들을 때도 많아 힘이 든다"고 말했다.


돌아오는 순찰차에는 운전석을 보호하기 위한 벽이 설치돼 있었다. 동행한 경찰은 술을 먹고 욕을 하면서 앞좌석을 차는 통에 운전을 하다 놀라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했다. 복귀하던 중 도로에 위태롭게 선 남성에게 '위험하니 올라가세요'라고 고지했지만 취한 남성은 비웃듯 쳐다보더니 갈 길을 갔다. 지나가는 동안 취객들이 비키지 않아 아슬아슬한 장면도 여러 번 연출됐다.

[르포]내·외국인 뒤섞인 이태원 클럽가, 파출소는 '비상' ▲12일 오전 2시 이태원 파출소 맞은 편 클럽 앞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염성철 이태원 파출소 주임은 "오전 2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인다"며 "클럽이 문을 닫는 11시까지 신고가 끊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어이쿠. 이래 팔팔하네. 이제 시작입니다." 새벽 2시께, 염성철 이태원 파출소 주임이 건너편 클럽에 늘어선 줄을 보며 이야기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신고가 들어왔다. 현장에선 한국 남성이 라틴계로 보이는 외국인에게 헤드록(팔로 머리 감아 조이기)을 당하는 등 폭행을 당했다고 씩씩거리고 있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외국인의 일행이 임시 통역사로 나섰다. "데이 세잉 유 홀드 더 넥(They are saying you hold the neck:저들은 네가 저 사람 목을 잡았다고 하고 있어)." "왓! 와이? (what? why?:뭐? 내가 왜?)"


경찰이 '헤드록 폭행 사건'의 목격자를 찾기 위해 술집 안으로 들어가자 수십명의 내·외국인 남녀가 스테이지에서 술을 마시며 춤을 추고 있었다. 싸움을 목격했다는 여성을 찾았지만 음악 소리가 시끄러워 귀를 기울여야 목격담을 들을 수 있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외국인이 "헤이 미스터. (CCTV)카메라 있어요"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경찰관이 "한국말 할 줄 아네"라고 하자 그는 "어 리틀 비트(a little bit:조금)"라고 답했다. 결국 CCTV를 나중에 확인한 뒤 처리하기로 양쪽이 합의했다. 새벽 3시 반이 넘었지만 건너편 거리에선 밴드가 타악기를 두드리며 가요를 힘차게 부르고 있었다.

[르포]내·외국인 뒤섞인 이태원 클럽가, 파출소는 '비상' ▲주말 이태원 파출소는 취객들의 다툼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12일 오전 이태원 파출소 순경들이 외국인 남성에게 헤드록(팔로 머리 감아 조이기)을 당하는 등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남성의 말을 듣고 있다.


외국인들의 왕래가 잦은 이태원이지만 일선 경찰들은 생각보다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없다고 한다. 대부분 한국어를 잘하는 데다가 통역 애플리케이션 등도 있기 때문이다. 파출소로 온 외국인들은 고분고분한 편이지만 덩치가 상대적으로 큰 외국인이 행패를 부려 2~3명이 합동으로 제압하는 곤혹스러운 상황도 종종 있다. 조경호 이태원 파출소장은 "최근에는 미군 범죄가 줄고 상대적으로 흑인 등의 폭행사건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파출소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군과 외사과 순경으로 구성된 순찰대가 통행증을 지참하지 않고 돌아다닌 미군 세 명을 데리고 왔다. 이태원 미군 범죄가 줄어든 데는 이들 순찰대의 역할이 컸다. 우지광 이태원 파출소 순경은 "행패를 부리다 잡혀가면 추방당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군들이 있으면 외국인들도 조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술에 취해 심한 영어 욕을 하거나 '구욱(GOOK:노랭이)'이라고 인종차별을 하며 시비를 걸어올 때도 있어 힘이 든다"고 말했다.


이렇듯 외국인의 행패도 있지만 파출소로 오는 이들의 70%는 내국인들이다. 파출소 안에서 소란을 피우며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고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것도 내국인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파출소 관계자는 "나쁜 것부터 먼저 배운다고 공무집행 방해를 엄벌하는 곳에서 온 미국인이 경찰관들에게 행패부리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오전 5시께 파출소 바로 옆에서 노상방뇨를 하다 잡힌 젊은 남성은 파출소로 오자 대뜸 "이태원에서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냐. 주민등록번호는 왜 쓰라고 하냐"며 시비를 걸었다. 취객들이 찢고 차는 통에 얼마 전 시트를 바꾼 의자에는 길가다 시비가 붙어 온 취객들이 앉아 욕지거리를 하고 있었다.


오전 5시 반께. 동이 터오는 가운데 취객들 사이로 환경미화원이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김종규 이태원 파출소 부팀장은 "이 시간이 되면 물이 밀려왔다 빠지는 기분"이라면서도 클럽이 닫는 11시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했다. '어차피 봉사하는 데 순찰차 좀 태워줄 수 있는 거 아니냐'며 떼를 쓰는 중년 여성, 파출소에 드러누운 남성 등 여러 사람들을 상대한 그는 "오늘은 조용히 끝난 편이고 여름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말했다. 취객을 태우려 이태원 사거리를 점령한 택시들 사이로 버스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태원 파출소의 긴 밤도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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