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차 벤더업체 2곳서 총 671억 횡령
매출채권 위조해 사기대출 받은 혐의도 수사 중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코스닥 상장사를 무자본으로 인수한 뒤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기업사냥꾼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범기)는 터치스크린 제조업체인 디지텍시스템스를 인수하며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최모(52)씨를 구속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최씨와 함께 범행을 공모한 남모(40·구속) 디지텍시스템스 경영본부장도 추가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남씨와 함께 2012년 2월 디지텍시스템스를 인수한 뒤 인수자금을 메우기 위해 이 회사와 자회사 등에서 17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디지텍시스템스의 구매를 대행하는 법인을 설립해 대금을 부풀리고 대여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속이는 방식으로 약 67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또 다른 회사인 엔피텍사의 인수 자금을 만들기 위해 110억원을 빼돌리는 등 총 536억원 상당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는 별도로 검찰이 구속기소한 남씨와 유씨, 정모(47)씨 등이 빼돌린 디지텍시스템스 자금 135억원을 더하면 이들의 범행 규모는 671억원에 달한다.
최씨는 동종전력이 3번이나 있는 기업사냥꾼으로 다른 회사 자금 횡령건으로 구속됐다 풀려난 후 또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 1차 벤더업체였던 디지텍시스템스와 엔피텍은 기업사냥꾼에 회사 자금 수백억원을 무방비로 인출당했고 결국 경영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현재 디지텍시스템스는 한국거래소의 상장적격 실질심사 대상으로 올라 있으며 회사의 주권 매매거래도 정지됐다.
한편 검찰은 디지텍시스템스가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한 혐의로 증권선물위원회가 고발한 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이들이 삼성전자의 매출채권을 위조해 1720만달러(한화 180억원 상당)를 사기 대출받았다며 한국씨티은행이 고발한 건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들이 한국씨티은행에 허위로 작성한 매출채권을 제출하고 거액을 대출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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