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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은 없다”…70대 대학생, 60대 女구두수선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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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배재대 복지신학과 최고령 신입생 71세 허영남씨…충남 서산에서 10여년 한 손으로 구두 고치는 60세 강석란씨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고령사회를 맞아 대전과 충남 서산에서 “하면 안 되는 게 없다”며 불굴의 삶을 사는 남녀 어르신이 있어 화제다.


대전 배재대학교 복지신학과에 최고령으로 입학한 70대의 허영남(남)씨와 충남 서산에서 한 손으로 10여년 구두를 고치고 있는 60대 여자구두수선공 강석란씨가 그 주인공이다.

외로움과 생활고로 어르신들의 자살이 느는 가운데 “내 인생에 불가능은 없다”며 나름대로 굳센 삶을 개척하고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두 사람의 ‘특이한 삶’을 들여다본다.



◆“14학번 차렷! 왕 형님이 나가신다”…월남전서 화랑무공훈장=지난달 배재대 복지신학과에 입학한 늦깎이 신입생 허영남 씨(71)는 대전시내 대학가에서 ‘특별한 만학도’로 통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허 씨의 최종학력은 중학교 졸업. 1965년 백마부대에 입대, 월남전에 참전한 허 씨는 화랑무공훈장을 받고 30년간 직업군인의 길을 걸었다. 자녀 3명 모두 대학원까지 가르치는 등 자신의 ‘중졸학력’은 살아가는데 그렇게 문제되지 않았다.


원사로 전역한 그는 제대 후 한동안 무료하게 생활하다 소일거리를 찾던 중 우연히 아는 사람의 소개로 직업인력관리공단 시험 감독에 응시했으나 ‘중졸학력’이란 이유로 떨어졌다.


그는 갑자기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2011년 대전 예지중·고등학교를 입학했다. 50년 만에 다시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수업때 배운 것을 다음 시간이면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4개 반 110여명 학생들 중 최고령인 그는 여학생들로부터 ‘왕오빠’로 불렸다. 나이도 나이지만 살갑게 대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귀가 잘 안 들리는 탓에 맨 앞자리는 늘 허 씨가 차지했다. 시험기간이면 동이 틀 때까지 책을 파고들기를 2년. 전교생 114명 중 4~5등을 했던 허 씨는 마침내 지난해 고등학교과정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늦게 시작한 공부이지만 학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욕에 불탔다. 그의 아내와 자녀들은 “이왕에 갈 대학이라면 4년제로 가라”고 적극 밀었다. 지난 2월5일 대전 예지중·고를 졸업한 허 씨는 지난해 4년제 사립대인 배재대 수시모집에 도전, 뜻을 이뤘다.


그는 “나이를 먹고 다시 학교에 다닌다는 게 부끄러워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후회할 일을 남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대학진학을 결심했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체력이 다하는 날까지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 길로 복지신학과 교수들을 만나보고 도서관도 둘러보며 ‘늦깎이 대학생 예행연습’까지 마쳤다.


허씨는 “하나님이 힘을 주신다면 열심히 공부해서 체력이 다하는 날까지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3~4학년 대학생들은 취업걱정에 어깨가 무거워 보이지만 나는 그런 일 없이 공부만 하면 되니 얼마나 좋으냐”며 “나이 들어 공부한다고 교수님들이 ‘동정점수’를 주는 등 잘 대해준다”며 웃었다.


복지신학을 전공할 허 씨는 심리학이나 상담에도 관심이 많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서 생활하다 한글을 미처 깨우치지 못한 어르신들을 앞장서 도울 생각이다.


“문맹은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하는 무학자들에게 글을 깨우치려면 마음을 여는 심리 상담이 먼저 필요하다.” 허 씨에게 노년은 배움이고 가르침이다. 4년 뒤엔 석·박사과정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내 삶에 절망이란 단어는 없다”…구두수선공 강석란씨의 ‘특별한 왼손’=“손목절단의 위기에서 기적적으로 구한 엄지손가락 한 마디. 그 엄지손가락이 보여주는 경이로움에 매일 고마워하며 살고 있다.”

어릴 때 화상으로 왼손이 거의 다 망가졌으나 구두수선공으로 거듭나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지방의 60대 여자어르신 얘기가 감동을 주고 있다. 서산시 동문동 동부시장 입구에서 ‘구두대학병원’을 운영하는 강석란(여·60)씨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환갑 나이인데다 왼손까지 온전치 못한데도 구두를 고치며 살아가고 있다.


한 손으로 구두를 고치는 그는 TV방송을 통해 전국에 알려지고 최근엔 책으로까지 출간돼 단숨에 ‘지역의 유명인사’가 됐다.


왼손으로 구두를 꽉 누르고 오른손으로 작업해야함에도 그는 그럴 수 없어 남들보다 몇 배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 씨의 왼손은 애기손가락 같은 엄지만 붙은 채 뭉그러졌고 그마저도 바늘로 찔리고 짓눌려 곳곳에 멍이 들어 있다.


강 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이던 1964년 집에 불이 나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 특히 왼손은 뼈 속까지 녹아버려 거의 절망적이었다. 학창시절 친구들의 짓궂은 행동과 말이 마음의 상처가 돼 자살을 3번이나 꾀하기도 했다.


어렵게 구두닦이 남편과 결혼해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고 단란한 가정을 이뤘으나 남편마저도 10여 년 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한순간에 가장이 된 강 씨는 그때부터 구두수선공으로 나섰다. 처음엔 많이 다치기도 했다. 손님들로부터 “구두를 망쳐 놨다”며 쓴 소리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닦은 구두는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온 정성을 다해서 닦고 광을 냈다. 구두를 고친 뒤에도 몇 번이나 확인하며 꼼꼼하게 손질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단골손님도 늘었고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만큼 구두수선공으로 인정받고 있다.


살아가는데 큰 힘이 돼준 남매도 훌륭하게 컸다. 아들은 목사가 됐고 딸은 신학대학원을 마치고 교회에서 전도사로 활동하던 중 역시 목사가 된 사위와 결혼했다.

이런 강 씨의 이야기는 세상에 알려지면서 지난해 11월 KBS-1TV 일요일 밤 프로그램 ‘강연 100℃’를 통해 전국에 방영됐다.

최근엔 강 씨의 초등학교 동창생인 작가 문영숙씨를 통해 ‘나의 왼손’이란 책으로 출간되면서 바깥세상에 조명됐다.


강 씨는 “세상의 모든 것들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다는 것을 체험으로 터득했다”며 “내 이야기를 통해 삶이 힘든 사람들이 조그만 용기와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씨는 많은 사람들에게 삶이 알려진 만큼 더 성실하게 구두를 고치고 닦으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오늘도 낡은 구두 한 켤레를 손에 든다.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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