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이주열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취임과 함께 대규모 조직 개편을 예고했다. 통상 8월에 실시하는 보완인사의 판이 커지고, 시점도 확 당겨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본지 3월 14일자 참조)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소공동 한은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현행 경영관리 시스템이나 업무수행 방식의 효율성을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김중수 총재 시절의)다양한 개혁조치 가운데 긍정적인 면은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면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업무 능률을 떨어뜨리는 등 부작용을 드러낸 조치가 있다면 조속히 개선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를 위한 작업에 곧바로 착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나아가 "지금의 한은 조직이 통화정책 등 본연의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는지도 신중히 점검해 미비점을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열 파괴, 발탁 인사로 압축되는 종전의 인사 방식도 확 달라질 전망이다. 이 총재는 "오랜 기간 쌓아 온 실적과 평판이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 돼야할 것"이라면서 "그래야만 직원들이 긴 안목에서 자기를 연마하고 진정으로 은행발전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동기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은의 청사진도 새로 그리겠다고 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이 물가안정 뿐 아니라 금융안정도 함께 도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최근 들어서는 잠재성장률의 추세적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성장이나 고용에도 통화정책의 중점이 두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관심을 끌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따라서 "경제 구조와 대외 환경의 변화에 상응해 한은의 역할과 책무가 재정립돼야 한다"면서 "현행 통화정책 운영체계가 물가안정 뿐 아니라 금융안정과 성장 또한 조화롭게 추구하라는 국민의 시대적 요구를 담아낼 수 있을지 깊이 연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불통' 논란으로 비판받았던 김중수 전 총재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국민에게 신뢰받는 중앙은행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 운용과 효율적인 소통을 통해 정책효과를 제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와 함께 "물가 안정을 유지하는 가운데 경제의 잠재리스크에 철저히 대비하고 경기회복세가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면서 "주요국 통화정책기조의 변화와 이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및 신흥시장국 경제의 불안 가능성 등 대외적 위험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대비책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 필요성도 잊지 않았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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