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64)이 지난해 회사 자금 사정이 악화돼 상환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발행을 강행했다는 취지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는 검찰의 공소사실과 부합하며 “고의성이 없었다”는 현 회장 측 주장과 어긋나는 진술이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위현석) 심리로 열린 현 회장 등 동양그룹 임원들에 대한 2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모 전 동양그룹 전략기획본부 재무팀장(52)은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직전 회사 재무상황과 당시 현 회장 등 임원들의 대처에 대해 진술했다.
그는 2012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재무팀장을 지냈고, 동양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진행되자 해직 통보를 받았다. 그는 퇴사 이유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이씨는 재무팀장을 지내는 동안 주요 계열사를 통합해 관리하며 CP 발행현황을 비롯한 그룹의 재무현황을 취합해 현 회장에게 보고했다.
이씨 증언에 따르면 대대적 구조조정이 필요할 정도로 그룹의 생존이 위험하다는 인식은 2011년 8월께부터 회사 내부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당시 회사 차원의 특별한 대처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가 바뀌고 나서야 현 회장은 본인 주재하에 긴급 자금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시급히 뛰어들었다고 이씨는 진술했다. 긴급회의는 주요 계열사 재무담당 임원이 전원 참석한 상황에서 열렸고, 자금이 극심하게 부족한 상황인 만큼 현 회장은 회의 참석을 위해 선대회장 기일에 강원 삼척에 가던 길에 다시 긴급히 서울로 돌아오기도 했다.
증언에 따르면 2012년 7월께 그룹 내에서 판단하기론 연말까지 2000억원이 부족했고 그해 10월께는 자금난이 더욱 심각해져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진지하게 검토했다.
이 같은 이씨의 증언은 현 회장 측 주장과 배치된다. 지난 첫 공판에서 현 회장 측은 사기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2012년 말 동양그룹 전체 순자산이 3조5600억여원에 달했고 CP 발행 당시엔 계열사 자산 매각대금으로 변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현 회장과 정진석 전 동양증권 사장(56), 김철 전 동양네트웍스 사장(38), 이상화 전 동양인터내서널 사장(48) 등 동양그룹 주요 임원 11명은 지난해 회사 자금 사정이 악화돼 상환능력이 떨어짐을 알고서도 그룹 경영권 유지를 위해 조 단위의 CP·회사채 발행 및 판매를 강행하며 개인투자자 4만여명에게 1조30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들에 대한 다음 공판은 다음 달 3일로 예정됐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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