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행정은 결국 사람, 즉 공무원 손에 따라 움직인다. 규제도 마찬가지다. 고객인 국민과 기업 입장에 서서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일이 되도록 하는 공무원이 있는가 하면 규정집만 들여다보며 안 된다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시간을 끄는 공무원도 있다. 관련 부처와 담당 공무원이 어떤 자세로 임하고 처리하느냐에 따라 일의 성사 여부와 진행 속도에 영향을 받는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 회의에서도 이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박 대통령은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국민과 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집행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소 문제가 생기더라도 감사에서 면책해주는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공무원들의 자세와 의지, 신념에 따라 규제개혁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적확한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방향도 제시했다. 평가를 통해 규제개선 실적이 우수한 부처와 공무원에게는 예산과 승진, 인사 등에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고 보신주의에 빠져 국민을 힘들게 하는 부처와 공무원에 대해선 책임을 묻자고 했다.
정부의 규제 가운데에는 관련 업계의 현실 및 기술ㆍ산업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 문제점을 찾아 보완해 일이 되도록 해주는 공무원이 '왜 규정에 없는 쓸데 없는 일을 했느냐'고 지적받아서야 되겠는가.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 조항을 적극 해석하거나 소신을 갖고 규제를 푼 공무원이 '특혜를 주었다'는 오해를 받거나 감사 결과 불이익을 당해선 규제개혁은 이뤄지지 않는다. 역대 정부마다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모두 실패했다.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에 빠져 있는 공직사회 풍토가 주요한 원인이다.
감사원의 감사 방식을 달리 할 때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와 회계 감사에 치중해온 데서 벗어나 부처의 핵심 사업이 얼마나 성과를 내는지에 대한 감사 비중을 높여야 할 것이다. 신상필벌과 함께 감사원 내규인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적극 활용하자. 일을 찾아서 열심히 하다가 작은 실수를 한 공무원과 지시받은 일만 하고 규정에 없는 것은 몰라라하는 보신주의 공무원을 가려야 한다. 올해부터 공무원이 왜 허가를 해줬는지보다 안 해줬는지를 대상으로 감사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감사원의 태도 변화에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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