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방위사업청과 록히드마틴사가 차세대전투기(FX) 사업 계약 체결을 앞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입찰에 3개사가 참여했던 지난해와 달리 록히드마틴사와 사실상 수의계약 방식으로 바뀌면서 협상 조건들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2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지난해까지 FX사업을 진행하면서 성능요구조건을 '스텔스기능'이라고 명시해 EADS(유로파이터), 보잉(F-15SE)가 입찰에 참여했다. 하지만 성능요구조건을 '스텔스기'로 바꾸면서 록히드마틴사과의 사실상 수의계약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번 협상에서 핵심쟁점사항은 창정비, 가격, 블랙박스 분석주체, 기술이전 등 4가지다. 록히드마틴사는 F-35를 일본에 수출하면서 미쓰비시중공업과 아시아지역을 담당할 정비창(FACO)건설 계약을 맺었다. 이 때문에 한국과는 정비창 건설계약을 맺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한국은 미쓰비시중공업에 창정비를 맡겨야 하고 정비비용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정서상 반발에 부딪칠 수 있다. 미쯔비시중공업은 일제강점기에 위안부 할머니 등 4700여명을 강제동원한 전범기업이기 때문이다.
미국 측은 기술노출을 고려해 한국에서 수리를 못하게 할 수도 있다. 미국은 2011년 자국 업체가 만든 전투기 F-15K의 군사 장비 '타이거 아이' 기술 도용 의혹을 제기한 뒤 국산 무기 상당수에 대해 도용 의심을 품어왔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록히드마틴사는 비행기록장치인 '블랙박스'를 한국 공군이 회수하고 분석은 미국에서 한다는 조항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박스를 분석할 경우 전투기의 비행경로, 속도 등이 모두 노출된다. 사실상 군사작전이 그대로 드러난다.
가격도 이견 폭이 크다. 록히드마틴사는 5개월 전만해도 F-35스텔스기 40대의 가격을 7조원대를 제시했다. 하지만 현재 5000억~1조원대가 인상된 8조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이전도 핵심 쟁점사항이다. 기술이전을 약속받지 못한다면 한국형전투기(KFX)사업도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FX은 FX사업을 통해 받은 기술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KFX는 향후 최대 600대 규모의 수출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기술이전을 받지 못한다면 일본이 록히드마틴에 기술을 이전받아 개발 중인 F-3전투기과 수출시장에서 만날 경우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록히드마틴사과의 협상은 올해 2분기 안에 시작해 올해까지 최종기종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협상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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