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합병 차질없이 진행 위한 배수진…우크라 중앙정부 지도력 부재도 한몫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의회 국정연설에서 크림반도 외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도 합병할 것이라는 일각의 의혹을 부인하고 나섰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그에게 보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크림 합병이 시작에 불과하다며 푸틴 대통령의 최종 목표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점령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연설에서 타지역 추가 합병설에 대해 부인한 것은 크림 합병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한 배수진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지난 5일 기자회견 중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와 서부 지역에서 일어났던 혼란이 동부로 확산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러시아계 주민 보호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크림반도 주민투표 이후 도네츠크ㆍ하르키우ㆍ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 같은 동남부 대도시에서 친(親)러시아 시위가 격화하는 분위기다. 최근 동부 대도시 주민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가운데 75%는 중앙정부가 불법적이라고 답했다. 이들 동부 도시의 러시아어 사용 인구 비중은 70~90%에 이른다.
러시아 하원 의원이자 옛 소련 국가들 모임인 독립국가연합(CIS)위원회 위원장인 콘스탄틴 자툴린은 "동부 지역 주민들이 중앙정부의 합법성을 부인하고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원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러시아는 동부에 대해 굳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달 초순 우크라이나 과도정부가 도네츠크 주지사로 친유럽계인 세르게이 타루타를 임명하자 현지에서 연일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친러시아 계열인 도네츠크 지역 의원 파벨 구바레프는 시민들의 지지 아래 스스로 새 주지사로 취임했다. 이후 그가 중앙정부에 체포되자 현지인들의 반감은 더 커졌다.
구바레프는 체포되기 직전 "숱한 도네츠크 주민이 중앙정부를 증오하고 있다"면서 "이들 주민은 키예프 점령에 나선 극우주의 세력으로부터 가족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의 지도력·소통 부재도 동부의 친러시아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축출 이후 의회 장악에 성공한 야당은 사실상 우크라이나 제2의 공식 언어인 러시아어 사용을 금하는 법안까지 마련했다.
법안은 친러시아계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최종 통과가 무산됐다. 그러나 이를 자신들에 대한 탄압으로 받아들인 친러시아계 주민들의 시위는 더 격화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이 러시아로 당장 합병되진 않더라도 도시 자치권 강화나 현지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럴 경우 그러잖아도 출렁거리고 있는 우크라이나 경제는 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많은 공장·기업·광산이 분포된 동부 지역은 우크라이나 경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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