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우크라이나 크림 자치공화국의 러시아 합병에 대해 유럽연합(EU)의 무리한 확장 정책이 원인이라는 자성론이 등장했다. 향후 EU의 위기 해결능력도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영국 공영 BBC는 17일(현지시간)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 된 EU의 우크라이나 전략이 성급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EU 관료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역사적 관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이 무리하게 우크라이나 편입을 추진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다.
EU는 재무위기 이후 역내 경제상황이 침체에 빠지자 눈을 외부로 돌려 옛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의 편입을 위해 노력해왔다.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의 핵심 지역임에도 무리하게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포괄적인 협력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을 추진하다 러시아가 이에 반발하며 오히려 압력을 행사해 FTA 협정 체결을 무산시키며 이번 사태가 발발했다.
EU가입 무산에 따른 대규모 시위 사태 속에서도 EU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협상을 계속 진행하며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했다.
방송은 독일 등 일부 회원국에서는 EU 외무장관들이 지나치게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에 호의적이라는 비판도 있다고 전했다.
BBC는 이어 주민투표 통과에 이은 크림 자치공화국의 신속한 러시아 귀속 추진으로 EU의 단결력과 위기해결 능력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제재만으로 EU가 사태해결을 해결하기도 힘든데다 역내 국가들간에 의견 통합이 이뤄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EU 외무장관들은 이날 브뤼셀에서 만나 크림반도 위기에 책임이 있는 러시아와 크림반도 출신 인사 21명을 자산동결과 여행금지 등 제재 대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수일 안에 추가적인 제재가 발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번 명단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최측근 인사의 포함 여부가 주목됐지만, 핵심인사들은 제외됐다.
이정도 제재는 EU의 대응은 여전히 경고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EU는 압박 효과가 높은 금융자산 동결과 교역 중단 등 경제적 제재를 하려고 해도 당장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이라는 카드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 경제 제재가 자칫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지 않을 없다.
독일이 러시아 경제 제재 확대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EU의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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