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우크라이나의 크림자치공화국이 16일(현지시간) 주민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러시아 귀속을 사실상 결정했다. 그러나 투표 방식과 효력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최근 B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크림공화국은 이번 주민투표에서 러시아 편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아예 의사조차 표시할 수 없도록 '찬성만 가능한' 투표용지를 동원했다. 이에 이번 주민투표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크림공화국이 공개한 투표용지에는 러시아어ㆍ타타르어ㆍ우크라이나어로 '러시아와 즉시 합병을 지지하는가', '1992년 헌법 회복을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이 인쇄돼 있다. 그리고 옆에 빈 칸이 하나 있다.
동의하면 빈 칸에 도장을 찍어 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하는 유권자의 경우 반대 의사를 표시할 방법이 없다.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빈 칸에 도장은 찍지 않고 투표하면 무효표로 처리된다. 이날 투표에서는 이런식으로 1%의 무효표가 나왔다.
두 문항 모두 우크라이나와 결별을 뜻한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1992년 크림은 독자 헌법 선포와 함께 독립을 선언해 결국 자치공화국 지위까지 얻었다. 이번 주민투표에는 일단 독립 후 러시아 귀속을 추진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이번 투표는 결국 '노(no)'가 없는 투표로 결과도 뻔하다는 예상을 낳았다. 개표가 50% 진행된 상황에서 투표결과는 예상대로 95.5%의 찬성으로 나왔다.
크림공화국은 투표 전부터 화폐 변경과 러시아어 공용 정책을 발표하는 등 러시아 귀속이 기정사실화한 분위기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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