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美부품 원산지 인정 타격·축산업계 피해設에 반론
캐나다측 요구 수용해줬지만 "加 경쟁력 높지 않다" 판단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미국 부품을 원산지로 인정키로 한 것은 뚱딴지. 주력산업인 자동차산업의 핵심 이익을 포기한 것이다."(박주선 무소속 의원)
"쇠고기 등 우리 축산업계가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다."(박수현 민주당 원내대변인)
한ㆍ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 11일 타결되자 우리나라가 캐나다에 과도한 특혜를 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캐나다산 쇠고기 등이 값싸게 수입되면 국내 축산업계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한ㆍ캐나다 FTA, 과연 우리가 캐나다에 이익을 다 내준 것일까? 캐나다산 쇠고기와 자동차의 위력은 이런 우려만큼 대단한 것일까?
최근 논란을 촉발한 핵심 내용은 쇠고기 관세 철폐와 자동차 안전기준ㆍ원산지에 관한 규정 등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한국은 FTA 발효 이후 캐나다산 쇠고기에 대해 40% 관세를 15년간 감축, 철폐해야 한다.
또 미국산 자동차 부품을 사용해 조립한 완성차에 대해서 캐나다산으로 원산지를 인정하고,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통과하면 국내 안전기준을 통과한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이들 합의사항은 협상 과정에서 캐나다가 우리측에 강력하게 요구해왔던 내용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협상 과정에서 여러 분야에서 쟁점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농축산물 관세율 철폐, 자동차 안전기준과 원산지 문제 등을 오랫동안 논의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캐나다의 강력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규정들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캐나다산 자동차와 쇠고기 모두 국내 시장 점유율이 낮을 뿐더러 수입품 가운데 캐나다산의 경쟁력도 상대적으로 세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시장에 수입 판매된 캐나다산 자동차는 크라이슬러 300C와 그랜드보이져, 포드 링컨 MKX 등 3개 모델뿐으로 300C가 853대, MKX가 503대 판매됐다. 그랜드보이져는 한 대도 팔리지 않았다. 캐나다산 자동차 판매량 1353대는 전체 수입차 판매량 15만6497대의 0.86%에 불과하다.
김종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캐나다는 미국 자동차 업체에 세제 혜택을 주고 자국내 자동차 공장을 유치할 정도로 자체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생산된 자동차 대부분 미국으로 판매하고 있어 대량으로 완성차를 만들어 우리나라에 수출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수출 모델이 고가 모델에 집중돼 있어 국내 자동차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자동차 업계는 예상했다.
쇠고기시장에서도 캐나다산 쇠고기는 좀처럼 기를 못 펴고 있다. 지난해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량은 1000t으로 전체 수입량 25만t 가운데 0.38%를 차지했다. 2005년 광우병 사태 이후 2012년 수입이 재개됐지만 그해 수입 물량은 2000t(0.8%)에 그쳤다.
반면 호주와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 쇠고기 수입량의 90% 가까이 점유하고 있다. 관세 철폐로 캐나다산 쇠고기 가격이 낮아지더라도 폭발적인 판매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입육업체 관계자는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에서 수출하는 쇠고기의 맛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캐나다산 쇠고기가 차별화 되기는 어렵다"며 "한우와 경쟁하기보다는 이미 수입되고 있는 저렴한 해외산 쇠고기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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