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외교부가 가는 길을 알려면 이들의 행보를 봐야 한다”
서울 광화문 관가에서 나오는 말이다. 공무원들이 말하는 ‘이들’은 바로 3조다. 즉 조(趙)씨 성을 가진 세명의 고위 공무원들을 말한다.
바로 조태용 제1차관, 조태열 제2차관,그리고 조태영 대변인(차관보급)이 그 주인공이다.조태용 차관은 지난 12일 한일 차관급 회담을 갖는 등 양자 관계를 전담한다. 조태열 차관은 다자 전문이다. 대변인은 국내외 언론을 맡아 정책을 설명한다. 특히 최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촌철살인'의 언변으로 일본을 ‘꾸짖는’ 일을 도맡고 있다. 선장인 윤병세 장관의 지휘를 받아 외교부라는 선박이 항로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주인공들이다.
성은 같지만 본관은 다르다. 1차관은 평양 조씨다.2차관과 대변인은 한양 조씨다. 이름에서 ‘태’자도 모두 다르다. 1차관은 ‘太’를, 2차관은 ‘兌’를,대변인은 ‘泰’를 각각 쓴다.외교부에서 30년 이상을 근무하며 차관과 대변인직에 올랐으니 '크게' 된 것은 틀림없다.
나이는 2차관이 가장 많다. 1955년생이다. 1차관은 56년생, 대변인은 58년생이다. 외무고시도 2차관이 13회,1차관이 14회,대변인은 15회다.
공통점은 대학동문이라는 점이다.모두 서울대다. 1차관은 정치학과,2차관은 법학과,대변인은 경제학과를 각각 졸업했다. 1차관과 2차관은 고시와 대학선후배 사이지만 1983년 영국 옥스포드대학에서 같이 공부한 동문이기도 하다. 대변인은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다들 영어가 유창하다.존케리 미 국무장관이 지난 2월 방한했을 때 조 대변인이 영어로 사회를 진행했다.
1차관은 북핵외교기획단장과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역임해 북핵문제에 정통하다.북미국장을 지낸 미국통이다.
2차관은 지역통상국장,통상교섭조정관,개발협력대사 등을 역임한 통상 전문가다.스페인대사,제네바 차석대사를 지낸 유럽 정세에 훤하다. 대변인은 서남아에서 2번,일본에서 3번 근무한 아시아통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일본인들의 속마음까지 읽어낼 정도로 훤하다.
다들 부내외에서 신망이 두텁다.1차관은 균형잡힌 사고의 전략가라는 평을 받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는 경기고 선후배 사이다. 미얀마 아웅산 테러사건으로 순직한 이범석 전 외무부 장관의 사위이기도 하다. 외교부 집안인 셈이다.
2차관은 외교부는 물론,관가에서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어 설명이 필요없다는 말을 듣는 인사다. 부친이 바로 ‘승무’를 쓴 시인 조지훈이다. 할아버지와 증조부는 더 훌륭한 인물이다. 독립운동가이자 한의학의 선구자인 조헌영씨다. 증조부는 의병대장이었다.외교부에서 2차관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을 듣는다. 2차관은 아버지의 문재(文才)를 물려받았다.
조 대변인은 서울 경동고를 졸업한 서울 토박이다.고시와 졸업기수에서 가장 늦지만 제일 바쁜 인물이다. 매일 국내외 언론사의 질문을 받고 답해야 한다. 외국과 관계되는 사안이 많아 신경이 곤두선다. 그렇지만 그의 표정은 온화하다.화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타고난 외교관이다.
그의 발언은 정곡을 찌른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브리핑할 때마다 일본 특파원들의 집요한 질문을 받지만 “하지 말라는 것은 골라 한다””일본이 거꾸로 간다” 등으로 쏘아붙였다. 입에서 나온 대로 신문제목으로 올라온다.
이들 3명은 그러나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윤병세 장관을 보필하면서 말없이 외무공무원의 일을 할 뿐이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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