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율 검증 끝내고도
누가 먼저 올리나 눈치만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중소형 보험사들이 자동차 보험료 인상안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보험료를 올리자니 고객 이탈이 우려되고, 그대로 두자니 적자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이카다이렉트, 더케이손해보험, 흥국화재,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 온라인ㆍ중소형 보험사 5곳은 지난달 보험료 인상을 위해 보험개발원의 요율 검증을 의뢰했거나 검증을 마쳤다. 보험료 인상을 위한 모든 절차를 마무리 한 셈이다. 인상 시기만 정해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된다.
이들 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적자 규모가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적자가 1조원을 넘어서는 등 적자폭이 매년 수천억원에 달한다. 손해율 또한 상승 추세다. 최근 5년간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은 2009년 75.2%, 2011년 82.3%, 2013년 87.3% 등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손해율은 고객이 낸 보험료 중 보험금으로 지급되는 비율로 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의 손익분기점을 77∼78% 선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인상을 추진하는 보험사들의 손해율은 90%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보험료 인상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얘기다.
금융당국도 이들 중소형사에 한해 보험료 인상을 눈감아 줄 용의가 있다. 대형 손보사의 경우 자동차보험 분야의 적자를 일반보험 분야 흑자분으로 메울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반면 중소형사, 특히 전업사의 경우 그럴만한 여력이 전혀없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전업사의 경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0%에 육박하는 등 적자가 너무 커서 보험료 일부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험료 인상을 추진중인 보험사들은 요율 검증이 끝난지 한 달 가까이 됐지만 아직까지 인상 날짜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보험사들이 서로 눈치를 살피느라 섣불리 보험료 인상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요율검증을 마친 한 보험사의 관계자는 "1만∼2만원의 보험료도 크게 느껴지는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보험료가 인상될 경우 고객 이탈은 불 보듯 뻔하다"며 "섣불리 먼저 치고 나갔다간 괜히 고객들만 빠져나가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1개 보험사가 보험료를 올리거나 내리면 다른 보험사들이 기다렸다는 듯 따라가는 경향을 보이는 곳이 보험시장"이라며 "보험사마다 서로 눈치를 보며 다른 보험사에서 먼저 보험료를 올려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삼성화재를 필두로 일부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영업용ㆍ업무용에 한해서만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결정했다. 가장 민감한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한 곳은 아직까지 없다. 하이카, 더케이 등 개인용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추진중인 보험사들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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