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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검찰과 국정원의 치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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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검찰이 증거 조작한 걸로 보도되는데 그렇게 믿는 기자 있나요?" (검찰·2월14일)


"문서의 위조여부가 문제되고 있어 매우 당혹스럽고 송구스럽다"(국정원·3월9일)

'설마'했던 의혹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위조 의혹'은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수록 점점 더 커지는 모양새다.


유우성(34)씨의 간첩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3가지 문서가 모두 위조됐다는 중국 대사관의 확인이 나온 지 벌써 한달이다.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며 수사와 기소를 담당한 검찰은 '국정원을 믿었다', 국정원은 '문서를 입수한 직원을 믿었다'는 변명만 거듭 늘어놓고 있다.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검찰과 국정원의 '끼워맞추기성 수사'는 그동안 수차례 부실 징후를 보여왔다. 국정원은 유씨 여동생의 진술을 핵심 증거로 내세워 유씨를 구속했다. 1심 재판에서 국정원의 강압과 회유로 여동생이 허위 진술을 했다고 밝히자 그 때부터 위조 의혹을 받고 있는 문서가 줄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진술'이 신빙성을 더하지 못하자 '문서'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국정원이 입수해 전달한 문서 앞에 검찰은 물음표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 1심에서 제출한 증거들이 재판부로부터 연달아 탄핵당하는 굴욕을 겪었음에도 검찰의 국정원에 대한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변호인단이 여러 차례 증거능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지만 검찰은 "허룽시 공안국이 발급한 문서가 맞다는 서류까지 첨부했는데 그 이상 어떤게 필요한건지 모르겠다"는 강변만 되풀이했다. 확증 없이 한 개인을 간첩으로 단정하고 집요하게 파헤쳤던 검찰의 '수사 능력'이 국정원 앞에서는 전혀 작동되지 않았던 셈이다.


'위조된 문서'라는 중국 정부의 확인이 없었다면 증거위조와 관련한 쟁점은 묻힐 수도 있었다. 국내 최고의 기관들이 협력해 추진한 사건 증거의 진위여부가 외국 정부에 의해 확인될 때까지 몰랐다는 점은 그 자체로 치욕스러운 일이다.


공식 수사팀 전환 이후 실체규명에 힘을 쏟겠다는 검찰 관계자는 기자들을 마주할 때마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국민들은 더욱 깊은 한숨과 우려 속에 서초동과 내곡동을 바라보고 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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