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올해 1월부터 전격 단행된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정책(테이퍼링)이 우리 수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다만 고위험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제위기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12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미 테이퍼링 이후 신흥국의 경제동향과 우리 수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 단행된 미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정책은 미국의 경제지표 개선을 동반한 정상화 과정으로 세계경제에 대한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미국 테이퍼링의 영향은 신흥국의 경제 여건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경제 기초 여건이 양호한 필리핀과 말레이시 등에 대한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단기외채, 경상수지, 외환보유고 측면에서 고위험 신흥국가인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헝가리, 폴란드, 칠레의 경우 금융시장 충격이 우려됐다. 특히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공, 터키 등은 금융시장 불안이 산업생산 및 투자 부진 등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부분의 신흥국들이 주요 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적 불안과 맞물릴 경우신흥국의 내수경기 부진 우려도 제기됐다. 또한 일부 원자재 수출국은 중국시장 의존도가 높아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연계될 경우 경기위축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더불어 가능성은 낮지만 지급능력이 취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제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돼 세계경제 전체로 파급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대신흥시장(30개국) 수출은 지난해 기준 사상 최초로 총수출의 절반(51.6%)을 넘어선 가운데 전년 대비 5.8% 증가하며 선전했다.
반면 총수출의 8.8%를 차지하고 있는 고위험 국가(8개국)로의 수출은 전년비 2.1% 감소로 부진했다. 특히 지난해 5월 한-터키 FTA 발효를 감안, 터키를 제외(7개국)할 경우 수출 증가율은 전년비 4.7% 감소하며 더욱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고위험국(8개국) 대상 수출비중이 높은 품목은 영상기기(비중 20.1%), 철강판(17.6%), 합성수지(14.3%), 자동차부품(13.7%) 등으로 조사됐다. 이들 품목은 향후 신흥국 경제가 위축될 경우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라면서도 “하지만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상시화되면서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위기 확산으로 신흥국 경기가 위축될 경우 우리나라의 대신흥시장 수출이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주요 신흥시장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으며 나아가 신규시장 개척, FTA 활용도 제고, 금융지원 확대 등 수출 증진 방안에 대한 대책 마련도 병행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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