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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日野話]이요루에 앉은 퇴계와 두향(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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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스토리텔링 - 퇴계의 사랑, 두향(43)


[千日野話]이요루에 앉은 퇴계와 두향(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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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퇴계가 소동파의 운을 빌려 지은 것이다. 마침 단양 관아가 있는 곳이 적성 아래인데 적성이란 이름은 중국의 천태산의 이명(異名)이기도 하다. 구름과 노을 안개 쌓인 모양이 성의 붉은 담과 같이 보인다 하여 적성(赤城)이라 불렀다.


퇴계는 이요루를 소동파가 세운 황루(黃樓)에 비유해 시를 썼다. 속세를 떠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엿보이기도 하지만, 낙천적인 성격이 유머러스하게 들어있는 천진한 시다. 황정초는 본초강목에 나오는 풀로 '태양의 풀'이라고 하며 오래 복용하면 몸이 신선처럼 가벼워지는 약초라 했다.

기공빈은 진(晉)나라 사람인데 스물 몇 살 때 밤에 창가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기공빈아 기공빈아 얼른 자연 속으로 숨어라. 인간 세상은 꾸미는 것이 심하여 일을 이루기 어렵단다." 그 소리를 듣고 이 사람은 다음 날 아침에 부리나케 도망갔다. 주도추는 당나라 사람인데, 가죽옷을 입고 헤진 신발을 신고 다니는 미치광이 같은 사람이었다. 고사렴이란 사람이 주지사가 되어 예를 갖춰 그에게 가르침을 구하니 그는 아무 답도 없이 눈만 부릅뜨다가 나가버렸다. 고사렴은 이 행동을 이렇게 설명했다. "저 큰 뜻을 가진 분이 내게 아무 탈 없이 다스리라고 하는 것이다." 기공빈과 주도추는 은세(隱世)의 상징이다. 단양군수 퇴계는 이미 은둔에 깊이 뜻을 둔 사람이었다. 마음은 이미 속세를 떠난 사람. 그런 이에게 두향은 마지막 연인이 되었던 셈이다.


두향은 퇴계의 그런 마음을 깊이 헤아렸다. 그녀는 이렇게 물었다.
"이 누각을 이요루라고 지은 것은 논어 '옹야편'의 지자요수 인자요산(知者樂水 仁者樂山)에서 나온 것이옵니까?"
"그렇다네. 눈을 들면 산이고 고개를 숙이면 물이니, 이보다 더 좋은 교실이 어디 있겠는가." "어찌 하여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는지요?"
"어질다(仁)함은 바른 생각을 굳게 지키며 한뜻으로 세상을 견딜 수 있어야 하니, 산처럼 우뚝 솟아 풍상을 견뎌야 할 것이고, 지혜롭다(知)함은 세상의 흐름과 사물의 이치를 살필 수 있는 것이니, 물처럼 낮은 데로 흐르면서 막힌 곳을 만나면 피하여 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그 뒤에 나오는 지자동 인자정 지자락 인자수(知者動 仁者靜 知者樂 仁者壽)는 어떤 뜻이옵니까?"
"지혜로운 자는 끝없이 움직이며 즐길 줄 아는 사람이요, 어진 자는 고요하며 오래 참을 줄 아는 사람이지."
"인(仁)과 지(知)는 한 사람의 내면에 있는 본성이긴 하나, 서로 맞서는 측면이 있는데 그것을 함께 지니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세상에 나서면 물처럼 지혜로움을 지니면서 마음에 산 같은 고요함을 품어야 하고 은거하여 들어와 앉으면 산처럼 어질고 담담하게 살지만 여전히 흐르는 지혜를 잊어서는 안 되니, 서로 보완을 해주는 덕이 아니겠느냐?"


두향이 말했다.
"나으리. 과연 그러하옵니다. 이 누각에 앉거나 서서 술잔을 들고 풍악을 들으면서 솟은 산도 좋고 흐르는 물도 좋다며 껄껄거리는 소음과 잡답(雜沓)이 왜 유치하고 부박한지 이제 알 듯합니다."
이 말에 퇴계가 빙그레 웃었다. 한편 퇴계의 제자였던 학봉(鶴峰ㆍ김성일)도 나중에 겨울철 이요루에 들러 퇴계의 운을 따라 시를 짓는다.


긴 개울에 출렁출렁 옥빛 무지개 흐르는데
물 위에 어느 해에 이 누각 지었는가
눈길은 가늘게 단조골짜기와 통하고
인가(人家)는 새들의 나라에 가까이 사네
유학자 신선 한번 가시니 그 풍모 멀어지고
지친 나그네 다시 오니 이곳이 다시 그윽하네
난간에 기대어 그날의 자취 찾으려 하나
무성에 거문고 줄 끊겨 시름을 못이기겠네


무성(武城)의 거문고 줄은, 공자의 제자 자유가 무성의 재상이 되었을 때 군자의 도에 대해 나눈 대화에 나오는 것이다. 무성의 줄이 끊겼다는 것은 가르침을 받을 이(스승 퇴계)가 사라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계속>
▶이전회차
[千日野話]퇴계도 '이요루' 詩를 지었다




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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