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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챙기는 게 새정치" 朴대통령 말 머쓱하게 만든 최측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47초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인천시장 후보 출마 선언 논란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진정한 새정치는 민생과 경제를 챙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우리 정치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이다.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전격 선언하면서 새정치를 내세웠지만 2월 임시국회에서 정작 중요한 민생 법안은 처리하지 못했다며 간접적으로 비판한 말이었다.


그런데 이같은 말을 한 박대통령이 무안해할 일이 곧바로 일어났다. 그것도 최측근인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에 의해서다. 유 장관은 국무회의가 끝난 몇시간 뒤인 오후 4시30분쯤 경기도 김포시민회관에서 6.4 지방선거 인천시장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후 5일 오전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

유 장관은 이와 관련 기자들과 만나 "인천시장 출마를 위해 청와대에 사직원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세상일이라는 것이 예측하거나 계획한 대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인천시장이 돼 인천이 가진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을 극복하는 게 지금 이 시대 이 시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는 길이기 때문에 외면할 수 없는 충정에서 몸을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장 출마 경쟁력에 대해선 "시장, 군수, 구청장을 지냈고 장관과 국회의원을 해 정치적 행정적 경험이 많으며 사심 없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이뤄내는 역사를 가진 게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후임 인선에 대해 "인사권자가 하겠지만, 조속한 후임자 선정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장관의 이날 출마 선언을 두고선 논란이 거세다. 우선 유 장관이 지방선거 준비를 담당한 주무 장관이며, 도로명주소 보완ㆍ주민등록제도 개선ㆍ지자체 파산제도 도입 등 현안이 산적한 상태였는데도 일손을 놓고 자리를 비웠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유 장관은 휴가 중임에도 지난 4일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등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려 애를 쓰기도 했다.


특히 유 장관은 박 대통령이 믿고 맡긴 현 정부 내각 핵심 멤버로, 집권 1년 차를 막 넘긴 중요한 시점에서 사퇴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민생ㆍ국정 주요 현안'을 포기하고 '정치'를 선택했다는 비난이 나온다.


현재는 집권 2년 차에 접어 들어 박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4대악 척결 등 안전 사회 실현, 정부 3.0 정책 구현 등 정책들이 이제 막 뼈대를 갖추고 본격 실행되면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하는 때다. 따라서 유 장관은 이 시점에서 추진 중인 각종 국정 현안 정책 과제들을 감독하고 독려해야 하는 막중한 위치였다.


게다가 그가 맡고 있는 안전행정부는 치안ㆍ안전ㆍ복지 등 민생의 핵심 분야를 책임지는 주요 부처로 최근에도 현안이 많았다. 폭설 피해ㆍ경주 리조트 참사ㆍ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ㆍ묻지마 인질극ㆍ세모녀 자살 사건으로 불거진 복지 사각지대 문제 등 그가 풀어가야 할 일들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유 장관은 이를 버리고 '정치'를 쫓아 자리를 떠났다. "민생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것이 새정치"라는 박 대통령의 말을 최측근인 유 장관이 앞장서서 어긴 꼴이 됐다.


한편 유 장관의 출마 소식을 전해들은 박 대통령의 반응도 관심을 끌고 있다. 박 대통령은 유 장관의 출마 결심에 대해 "인천이 국가적으로도 중요하고 여러가지 어려움도 있고 그런 지역이기 때문에 능력 있는 사람이 해야 할 것이다, 결단을 했으면 잘 해주길 바란다"며 사실상 지지 의사를 밝혔다.


자신의 말을 곧바로 '허언'으로 만들어 버린 측근에 대해서 오히려 격려와 지지를 표시한 것이다. 일각에선 이에 대해 "낙하산을 근절하겠다"고 한 다음날 수십명의 낙하산 투하 사실이 알려진 것 만큼이나 국민들의 '멘붕'을 일으킬 만한 상황"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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