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직장내 활력소
30대 사내평판 부담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이정민 기자]사귈 땐 행복하지만, 사귄다는 내색도 제대로 못 한다. 동료들에게 알려지면 민망해서 얼굴을 못 들고, 헤어지면 최악의 경우 회사를 나가야 한다. '직장인의 로망'이라고 불리는 사내연애의 민낯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인들이 사내연애를 하는 이유는 뭘까. 직장생활의 지루함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커리어의 조사 결과 57.8%가 '사내연애를 꿈꾼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유는 '지루한 회사생활에 활력소가 될 수 있어서(42.5%)'였다. 'Out of sight, out of mind(안 보면 멀어지게 된다)'라는 영어 속담처럼 익숙함 역시 연애의 이유가 된다.
직장인들은 하루 중 3분의 1 이상의 시간을 일터에서 보낸다. 가족보다 오히려 직장동료와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다. 없는 '정'이 생기고, 업무상 나누는 대화에는 어느새 밀담이 섞이기 시작한다. 결혼정보회사 디노블이 20~30대 직장인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의 37%가 회사 내 연애 사실을 알리지 않고 비밀연애를 하고 있었으며, 이중 62%는 사내연애였다.
하지만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 했던가. 사내연애는 남들의 가십거리가 되기 딱 좋은 먹잇감이다. 앞서 디노블의 조사에서도 31%가 '사내연애로 인해 사내 평판에 영향을 미칠까 두렵다'고 밝혔으며, 18%는 '연애 때문에 업무에 소홀하다는 인상을 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평판과 루머 위험성 때문에 사내연애 사실을 숨긴다.
지난해 로맨스 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19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인기를 끌었던 영화 '연애의 온도' 역시 사내연애의 이런 면을 다뤄 화제를 모았다. 사내연애를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닌, 주변에 밝히면 눈총을 받는 대상으로 그린 것이다. 로맨틱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리얼하다'며 좋은 평가를 얻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할수록 사내연애의 안 좋은 면을 더 많이 알게 된다. 결혼정보회사 더원이 미혼남녀 6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 미혼남녀의 70%가 '기회가 되면 사내연애를 하고 싶다'고 응답한 반면 30대들은 60%가 '할 생각이 없다'고 응답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환상이 깨진 결과다. 특히 여성 직장인들은 사내연애 실패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 TV드라마처럼 지켜줄 '실장님'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남은 것은 상처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뜬소문 뿐이다. 여성의 순결에 대해 여전히 엄격한 사회 분위기가 한몫한다.
그럼에도 결국 선택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사내연애의 위험성은 여전하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크게 인식이 나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은정 한국맥널티 대표는 "사내연애에 대해 호불호 의견이 갈리는 것은 긍정적인 시대의 변화"라며 "일정부분 사생활을 인정하고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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