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미국을 대표하는 세 개의 미술관에서 조선왕조 의궤, 화엄사 괘불, 도자기, 회화 등 국보·보물급 문화재들이 순회 전시를 갖는다.
'한국의 보물들-조선시대의 예술과 문화'라는 제목의 전시로 미국 필라델피아, 로스엔젤레스, 휴스턴 미술관 3곳에서 2일부터 내년 1월 11일까지 열린다. 작품은 국보와 보물 등 9건 15점을 중심으로 왕실과 사대부, 민간층에서 향유한 300여 점의 회화, 서예, 도자기, 가구, 칠공예, 금속공예, 조각, 복식 등으로 구성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을 주축으로 해 11개의 공사립박물관 및 대학박물관, 개인, 그리고 미국 세 개 미술관내에 소장된 작품들이다.
조선의 궁궐 안팎에서 열렸던 행사를 기록하고 그린 의궤와 진찬도(進饌圖), 궁중을 장식한 크고 작은 병풍 등 회화작품은 당시 유교적 정치이념과 도덕규범과 관계된 장엄한 미술품들로, 이를 통해 조선왕조 미술의 특색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왕실과 함께 사대부와 여성들의 생활공간에서 쓰였던 서화류, 한글, 생활 공예품 및 장신구 등도 등장한다. 일상용 공예품이나 장신구들은 입신출세와 부귀영화를 기원하는 유교적인 맥락과 닿아있다. 장수와 다남(多男), 십장생 등 길상적인 문양들이 장식돼 있고, 서안이나 사방탁자 등 목가구 등에서는 장식을 최소화하고 나무결 무늬를 살려 절제의 취향과 균형미가 돋보인다.
유교 국가였던 조선에서도 불교미술이 발전했던 점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들도 이번 전시에 포함된다. 고려시대에 이후 전반적으로 쇠퇴했던 불교미술이 세종, 세조, 명종 등 일부 호불(好佛) 군주들의 치세기간에 독자적인 모습으로 발전했다. 또 양란 이후 조선 후기에는 민중들의 불교 신앙에 기반을 둔 새로운 미의식이 불교조각과 불화 등으로 나아갔다. 특히 사찰에서 불교의식 때 사용한 괘불은 억불숭유정책 아래에서도 구국과 기복 차원에서 그 장엄함을 드러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조선의 드높은 예술적 성취를 알리는 데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더구나 미국 독립 혁명과 산업 혁명의 중심지인 필라델피아, 상공업도시인 휴스턴은 한국미술 전시를 한 번도 개최한 적이 없는 곳이라 전시의 의미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이 전시는 지난해 필라델피아미술관(PMA),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 휴스턴미술관(MFAH), 테라재단(Terra Foundation for American Art)의 소장품을 국내에서 선보였던 '미국 미술 300년 전 (Art Across America)'의 교환전시로 기획됐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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