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수백억원대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54)에게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최재원 수석부회장(51)에 대해서도 징역 3년6월의 실형이 확정돼 SK 총수 형제가 수감생활을 계속하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회장 형제에 대한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엄벌의 필요성을 인정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난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48)에 대해서도 상고를 기각했다.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일각에서는 최근 법원에서 ‘재벌 양형공식’으로 불리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선고가 잇따랐던 점 등에 비춰 파기환송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나왔지만,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 총수 형제에게 실형이 확정됨에 따라 기업법죄에 대한 사법부의 엄단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 형제 측에서는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53)을 공판과정에서 증인으로 채택해 신문하지 않아 심리가 미진하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직접심리주의를 위반했다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 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사건 관계자들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유죄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 회장 형제 측은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항소심 공판 막바지에 이르러 통화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했으나 재판부는 해당 내용이 신빙성이 없다고 봤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일부 내용을 유죄 증거로 채택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최 회장은 SK텔레콤 등 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선지급한 펀드 출자금 중 465억원을 빼돌려 김원홍 전 고문에게 송금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최재원 부회장은 1심에서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선 공모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6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는 이들의 공모관계를 인정하며 최태원 회장 등이 김 전 고문에 대한 투자위탁금을 마련하기 위해 SK 계열사에 펀드 출자금 선지급을 하게 한 뒤 그 중 450억원을 김 전 고문에게 송금하면서 회사자금을 횡령했다고 판단했다. 기소된 횡령 금액인 465억원 중 450억원을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범행 동기가 누구의 자금수요를 위한 것이든 최 회장 형제가 지위를 이용해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회사자금을 유출한 점은 비난가능성이 높다”며 실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공범으로 지목된 김원홍 전 고문도 결국 재판에 넘겨져 지난달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음에 따라 SK 횡령 사건 가담자들이 모두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김원홍 전 고문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설범식)도 이들의 공모관계와 최 회장이 SK 계열사에 펀드 출자금 선지급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