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에 뒤늦게 불이 붙었다.
인도는 전자상거래와 어울리지 않는 곳으로 여겨졌다. 우선 인터넷과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다. 현재 인터넷쇼핑몰 구매자의 65%가 신용카드 대신 자금이체로 대금을 지급한다. 게다가 고속도로를 포함한 교통 사정이 열악해 주문이 밀려오더라도 신속하게 배달하기가 만만치 않다.
상황이 달라졌다. 혹은 전망이 바뀌었다. 저가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모바일 인터넷 이용 인구가 늘어났다. 중국 시장에서 토종 알리바바에 밀려 고배를 마신 이베이와 아마존이 인도는 놓칠 수 없다며 뛰어들면서 시장을 달구었다
이베이는 지난해 6월 전략적 투자자 그룹을 구성해 인도 전자상거래업체 스냅딜에 5000만달러의 투자를 주도했다. 아마존은 같은 달 인도에 인터넷쇼핑 포털을 열었다. 이에 따라 인도 인터넷쇼핑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이베이에서 투자를 받은 스냅딜과 아마존, 인도 토종업체 플립카트의 삼파전으로 벌어지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투자은행 알레그로 어드바이저스를 인용해 지난 3년 동안 인도에서 53개 전자상거래업체가 벤처캐피털 펀드에서 8억5300만달러를 투자받았지만 몇몇은 벌써 문을 닫았고 이제 경쟁은 스냅딜과 플립카트의 양강 구도로 좁혀졌다고 전했다.
아마존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아미트 아가왈 아마존 인디아 사장은 최근 인도의 이코노믹 타임스에 "우리는 중국에서의 실책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도는 아마존에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아가왈 사장은 "우리는 진출에 앞서서는 신중하지만 일단 발을 들여놓은 뒤에는 공격적으로 영역을 넓힌다"고 강조했다.
아마존이 뛰어들면서 가격 인하 바람이 불었고 독점 판매 경쟁이 벌어졌으며 배송시간이 단축됐다.
아마존은 지난해 12월 인도 주요 6개 도시에서 익일 배송 보장제를 시작했다. 그러자 플립카트와 스냅딜이 따라왔다. 다만 스냅딜은 뭄바이에서만 일단 적용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독점 판매는 차별화를 위해서다. 플립카트는 이달 초 모토로라의 신형 스마트폰 모토G를 자사 사이트에서 독점적으로 판매했다. 플립카트를 공동 창업한 사친 반살 최고경영자(CEO)는 기술력과 공급망, 브랜드가 강한 덕분에 모토G를 자사 사이트에서만 팔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1월에는 스냅딜이 태만 오플러스의 태블릿 PC를 자사 사이트에서만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스냅딜을 공동 설립한 쿠날 발 CEO는 독자적인 상품을 공급하기 위해 의류 같은 분야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디파크 스리나스 알레그로 어드바이저스의 파트너는 "플립카트가 인지도에서 가장 앞섰다"고 평가했다. 그는 브랜드를 중시하는 인도에서는 인지도가 매우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는 모토로라가 플립카트를 초기 독점 유통업체로 삼은 이유라고 그는 덧붙였다.
플립카트와 스냅딜은 내년 매출이 1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한다. 플립카트는 지난해 3월 결산한 회계연도에 1억9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 홍콩의 투자은행 크레디리요네(CLSA)는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이 올해 31억달러에서 2019년 이내에 220억달러 규모로 성장한다고 예상했다. 앞으로 5년 새 7배로 커진다는 전망이다.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은 통계청이 약 372억달러로 집계한 지난해 한국 전자상거래 규모에 크게 미달한다. 베인앤컴퍼니가 추산한 중국의 지난해 전자상거래 규모 2124억달러에는 더더욱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제 시장이 열리는 만큼 성장성만은 가장 뛰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백우진 국제 선임기자 cobalt100@
그래픽=이영우 기자 20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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