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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빙속 강국' 네덜란드, 뒤쫓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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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빙속 강국' 네덜란드, 뒤쫓는 한국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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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면적이 제법 크다. 스포츠 ‘강소국’으로 보기 어렵다. 국토 면적(41,543㎢)이 한국(99,720㎢)의 42% 정도이니 그리 크지도 않다. 그런 그들은 1974년(서독), 1978년(아르헨티나), 2010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 차례 월드컵 축구 대회에서 준우승했다. 2000년 제27회 시드니 하계 올림픽에서 8위(금 12 은 9 동 4)에 오르는가 하면 수영, 사이클, 필드하키 등에서 출중한 실력을 발휘한다. 네덜란드는 24일 막을 내린 제22회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특별한 기록을 세웠다.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개인전 10개(남 5 여 5) 세부 종목에서 모두 메달을 땄다. 금메달 6개, 은메달 7개, 동메달 8개다. 남자 500m와 5000m, 1만m 그리고 여자 1500m에서는 금, 은, 동메달을 휩쓸었다.

모든 세부 종목에서 메달을 딴 나라는 이전에도 있었다. 1924년 제1회 샤모니(프랑스) 대회의 핀란드, 1928년 제2회 생모리츠(스위스) 대회의 노르웨이와 핀란드(이상 남자부만 개최), 1932년 제3회 레이크플래시드(뉴욕주) 대회의 미국과 캐나다(남녀부 개최), 1936년 제4회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독일) 대회의 노르웨이, 1948년 제5회 생 모리츠 대회와 1952년 제6회 오슬로(노르웨이) 대회의 노르웨이 등이다. 1956년 제7회 코르티나 담페초(이탈리아) 대회(이상 남자부만 개최)와 1960년 제8회 스쿼밸리(캘리포니아주) 대회(남녀부 개최)에서는 옛 소련이 모든 세부 종목에 걸쳐 메달을 휩쓸었다. 얼핏 돌아보면 북유럽 나라들의 잔치에 미국과 캐나다가 찬조로 출연한 모양새다.


옛 소련의 리디아 스코블리코바가 여자 전관왕(500m 1000m 1500m 3000m)에 오른 1964년 제9회 인스부르크(오스트리아) 대회에서는 남녀부 모든 세부 종목에서 메달권에 든 나라가 처음으로 없었다. 이런 현상은 2010년 제21회 밴쿠버(캐나다) 대회까지 이어졌다. 미국은 1980년 제13회 레이크플래시드 대회에서 에릭 하이든이 남자부 전관왕(500m 1000m 1500m 5000m 1만m)에 올라 기록을 세우는 듯했다. 그러나 여자부에서 에릭 하이든의 동생인 버스 하이든이 딴 3000m 동메달에 은메달 2개(500m 1000m)를 추가하는 데 그쳐 대업을 이루지 못했다. 아시아에서 신흥 세력이 등장하고 거리별 전문화가 이뤄지면서 특정 나라의 메달 독식과 특정 선수의 다관왕이 힘들어졌다.

그래서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뽐낸 네덜란드의 저력은 놀라운 성과다. 스피드스케이팅에 걸려 있는 모든 메달을 색깔을 가리지 않고 쓸어 담았다. 개인 종목뿐만이 아니라 2006년 제20회 토리노 대회 이후 이번 대회에서 세 번째로 치러진 단체 추발(남자 3200m 여자 2400m)에서도 남녀가 함께 금메달을 땄다. 네덜란드는 전통의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이다. 이번 대회 포함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36개, 은메달 36개, 동메달 34개로 2위 미국(금 29 은 22 동 16), 3위 노르웨이(금 25 은 28 동 27)을 제치고 선두다. 신흥 강국 한국(금 4 은 4 동 1)은 아시아의 나라 가운데 가장 높은 10위다.


밴쿠버 대회만 해도 한국(금 3 은 2), 일본(은 2 동1), 중국(동 1) 등 아시아 세력은 확장하고 있었다. 캐나다(금 2 은 1 동 2), 체코(금 2 동 1), 독일(금 1 은 3), 미국(금 1 은 2 동 1) 등 기존 강호들도 건재했다. 이번에 네덜란드는 그 벽을 모두 넘었다. 네덜란드가 이번 대회에서 획득한 24개의 메달 가운데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이 아닌 종목에서 따낸 것은 스피드스케이팅의 아우격인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남자 1000m)이었다. 트랙의 길이와 관계없이 ‘빙속 강국’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빙속 강국' 네덜란드, 뒤쫓는 한국 스벤 크라머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중부 유럽에 있는 네덜란드가 북유럽의 강호들을 제치고 세계적인 빙속 강국이 된 비결은 무엇일까. 네덜란드는 그리 넓지 않은 국토의 25%가량이 바다보다 낮다. 그래서 제방과 수로가 발달했다. 소년이 물이 새는 제방의 틈을 막아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는 등 제방과 관련한 일화도 많다. 우리나라에서 수로는 좋은 낚시터지만 네덜란드에서는 최고의 스케이트장이었다. 시제가 과거인 까닭은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로 수로가 스케이팅을 할 만큼 꽝꽝 어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아무튼 네덜란드인들은 수로가 얼면 너도 나도 스케이팅을 즐겼고 우수한 스케이터들이 줄지어 배출됐다.


우리나라 스포츠 초창기에 스피드스케이팅 우수 선수가 대동강이나 압록강 부근에서 많이 나온 것과 비슷한 일이다. 1920~1930년대 강에 얼음이 어는 결빙기는 서울 한강이 1개월가량이었다. 평양을 가로지는 대동강은 3개월, 신의주 부근 압록강은 5개월이나 됐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대동강에서 강을 오르내리며 얼음을 지치는 젊은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고 북녘 출신 체육인들은 회고한다.


비슷한 시기 네덜란드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1909년 1월 2일 처음 열린 이후 1997년 1월 4일까지 15차례 벌어진 ‘엘프스테이든톡트(Elfstedentocht, 11개 도시 투어)’는 수로를 이용한 스피드스케이팅 마라톤이다. 네덜란드 북부 지역 11개 도시를 이어주는 수로에서 열린다. 거리는 대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120마일(약 190km)이다. 모든 코스의 얼음 두께가 최소한 15cm가 돼야 경기가 진행된다.


엘프스테이든톡트는 마지막 대회 이후 15년 만인 2012년 다시 열릴 수 있었다. 그해 불어 닥친 강추위가 매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회 예정일 사흘 전인 2월 8일 얼음이 안전을 보장할 만큼 얼지 않아 취소됐다. 지구 온난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1940~1950년대에는 1, 2년 간격으로 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는 300여명의 선수와 16000여명의 아마추어가 참가하는 네덜란드의 국민적인 축제다.


한편으로는 네덜란드가 부럽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1971년 암모니아 가스를 이용한 제빙 시설로 만든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찬바람을 가르며 기록 단축에 힘을 썼다. 바통을 넘겨받은 후배들은 이번 대회에서 여자 500m 금메달과 남자 단체 추발 은메달을 땄다. 한마디를 덧붙이는데 1990년대 네덜란드 남자 배구 대표팀의 평균 키는 2m를 넘었다. 힘들게 장신화를 이룬 한국 대표팀은 195cm 정도였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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