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우크라이나에서 20일(현지시간) 최악의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발생했다.
이날 하루에만 사망자 수가 100명을 넘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야당 지도자들 간에 휴전 합의가 이루어진 지 하루 만에 최악의 유혈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야권의 반정부 시위 사태 이후는 물론 1991년 옛 소련에서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이후 최대 참사였다.
미국 백악관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격분했다고 밝혔고 유럽연합(EU)은 미국에 이어 폭력 사태에 책임이 있는 우크라이나 인사들에 대해 입국 금지 등의 제재 조치를 취했다.
최악의 유혈 사태에 사망자 집계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미국 CNN 방송은 키예프 시내 야권 시위대 의료진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하루 동안만 시위 참가자 100명이 숨지고 500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시위대 치료를 맡은 또 다른 의사 올레흐 무시이는 AP 통신에 "적어도 70명의 시위 참가자가 사망했고 500명 이상이 부상했다"면서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무시이는 시위 참가자들이 당국의 저격수들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최고라다(의회) 인권 담당 특사 발레리야 루트콥스카야는 이날 수도인 키예프 시내에서 50명 이상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명에서 "최근 며칠 동안 키예프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도시들에서 무시무시한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오늘 하루에만 키예프에서 약 50명이 숨졌다는 정보가 있으며 실제 희생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야당인 '바티키프쉬나(조국당)' 의원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는 18~20일 시위 참가자 100명 이상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20일 하루 동안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로 양측 모두에서 47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보건부는 "18~20일 양측 사망자를 모두 합치면 75명"이라고 설명했다.
세르히 부르라코프 우크라이나 내무부 대변인은 이날 AP 통신에 3명의 경찰이 숨졌으며 28명이 총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또 경찰 67명이 시위대에 포로로 붙잡혔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키예프 시대 거리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내 독립광장을 중심으로 시위대와 경찰 간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다수 시민은 시내와 드네프르강 우안을 떠났으며 신호등은 멈춰 섰고 교통 상황도 혼란스러웠다. 지하철이 일부 운행을 재개했지만 대부분의 전동차는 진압 병력 이동에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곽 상점엔 물건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섰고 주유소에도 자동차 행렬이 이어졌다. 수도 키예프에서 서부 지역으로 가는 열차 운행도 일시 중단됐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아들들과 그 가족들이 우크라이나를 떠났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실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앞서 올렉 랴슈코 야당 의원은 야누코비치 대통령 아들 가족들이 탄 비행기가 이날 우크라이나를 급히 떠났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망명설을 일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러시아에 정치 망명을 요청했다는 정보는 사실이 아니며 우크라이나 야권의 정보전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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