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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료진 "치매 악화 막을 단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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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74세 이 모 할머니는 8년 전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 덕분에 진행속도가 평균보다 느린 편이었지만, 할머니의 치매 증상은 눈에 띄게 악화돼 갔다. 기억력 감퇴로 시작해 말을 더듬거리는 언어능력 저하와 판단력이 흐려지는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졌다.


현재는 망상, 배회 등의 정신행동 증상과 대소변 실금 등 각종 신체적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할머니의 증상 악화는 멈출 줄 몰랐고, 곁에서 수발해온 가족들의 삶 또한 무너져버렸다.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증상이 시작되면 막기 어려운 치매의 악화를 막을 수 있는 단서를 국내 연구진이 찾았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은 이 병원 해부학세포생물학교실 윤승용, 김동호 교수와 송하림 연구원이 최근 반도체 제조 기술을 응용한 미세유체역학실(microfluidic chamber)을 사용해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의 특정 부위에 쌓이면서 다른 부위로 전파돼 가는 경로를 밝혔다고 20일 발표했다.

국내 의료진 "치매 악화 막을 단서 찾았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해부학세포생물학교실 윤승 용 교수(왼쪽), 김동호 교수(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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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 아밀로이드는 치매를 일으키는 핵심 원인물질이다. 연구진은 이 물질이 뇌 안의 신경 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되는 경로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전체 치매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뇌 세포막에 있는 단백질 성분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베타 아밀로이드와 같은 이상 단백질이 생성돼 뇌 안에 쌓이면서 뇌신경세포간의 연결을 끊거나 뇌세포를 파괴시켜 치매 증상을 일으킨다.


이렇게 치매 발현에 가장 주요한 역할을 하는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 안에 쌓이는 집적과 침착에 대한 연구는 일부 있었다. 하지만 뇌 안에서 어떻게 확산되는지의 전파 기전에 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베타 아밀로이드의 전파경로를 관찰하기 위해 반도체 제조 기술을 응용해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미세통로를 만들었다.


뉴런 신경세포는 통과하지 못하지만 신경세포의 한 구성요소인 축삭돌기(axon)는 통과할 수 있도록 굵기를 조절했다.


이에 베타 아밀로이드를 형광 처리해 축삭돌기 칸에 투여하고 관찰한 결과, 베타 아밀로이드가 축삭돌기 끝부분을 통해 미세통로를 거쳐 신경세포체에 역방향으로 전달된 후 순차적으로 다음 신경세포로 전파되는 것을 확인했다. (아래 그래픽 참조)

국내 의료진 "치매 악화 막을 단서 찾았다" 축삭돌기에 투여한 베타 아밀로이드가 미세통로를 통해 신경세포체에 역방향으로 전파되는 과정


윤승용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해부학세포생물학교실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치매를 일으키는 핵심 원인물질 중 하나인 베타 아밀로이드 전파를 통해 치매가 악화되는 기전을 확인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치매 원인물질이 신경 네트워크를 통해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치매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거나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인용지수 11.193의 의학 전문 학회지 '신경과학저널'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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