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진열 상품에 종이 대신 전자 라벨 부착…중앙 PC 시스템으로 가격·원산지 등 정보 자동 변경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A 마트 직원들은 매장에 진열된 상품의 가격 정보가 바뀌어도 가격이 표시된 라벨을 일일이 바꾸지 않는다. 마트 중앙 콘트롤 센터에 있는 PC 시스템에서 바뀐 가격 정보를 입력하면 진열대에 있는 상품의 전자 라벨에 표시된 가격이 자동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매일 밤 12시 매장 폐점 후 직원들이 4000평(1만3200㎡)이 넘는 매장을 돌아다니며 상품의 가격이 표시된 종이 라벨을 갈아끼우는 수고는 A 마트에서는 먼 옛날의 얘기다.
'마트 혁명'을 불러 올 전자가격표시기(ESL·Electronic Shelf Label)가 주목받고 있다.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은 4∼5년 전부터 준비해 온 ESL을 올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국내외 대형마트에 ESL을 공급해 '스마트 마트'를 확산하고 이 시장 개척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ESL은 크게 게이트웨이와 태그로 이뤄진다. 중앙 콘트롤 센터에서 저전력무선통신 기술인 지그비를 이용해 가격 등 상품 정보를 매장 중앙에 설치된 게이트웨이로 보낸다. 게이트웨이는 이 정보를 받아 다시 실시간으로 수천, 수만 개 상품의 태그로 전송한다. 태그는 종이 대신 이페이퍼(e-paper)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해당 정보를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다.
ESL을 설치하면 중앙 콘트롤 센터에서 모든 상품의 가격 등 정보를 PC 시스템으로 조정할 수 있어 매장 운영 비용이 감축된다. 가격, 원산지, 유통기한, 칼로리, 쿠폰, 판매 상황, 재고 등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어 소비자들도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쇼핑을 할 수 있다. 최근 쇼핑 트렌드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보고 가격이 낮은 온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추세가 늘어나는데 ESL을 설치하면 오프라인 매장의 상품 가격을 실시간으로 조정할 수 있어 온라인 매장 구매자를 끌어들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삼성전기는 유럽을 중심으로 ESL 공급에 나설 전망이다. 유럽은 인건비가 비싸고, 매장마다 가격이 다르면 통제를 받는 등 규제 수준이 높아 ESL 시장 확대에 안성맞춤인 환경이다. 일단 영국 테스코 수백개 매장에 ESL을 공급했고 추가 공급을 추진중이다. 다른 유럽 대형마트에도 ESL을 수출하기로 협의를 마쳤다. 최치준 사장은 이번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유로샵'에 참석해 거래선 미팅 등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홈플러스 금천, 동수원점에 ESL을 시범 설치했고 향후 점포수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오는 3월에는 이마트에도 ESL을 설치할 예정이다.
삼성전기는 ESL 사업을 대형 매장 시스템통합(SI) 시스템에 삼성전기 솔루션을 접목하는 기업간 거래(B2B) 솔루션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초기에는 전자 가격 표시 기능 제공에 주력하고 향후 시장이 확대되면 마트의 조명, 온도 등 다양한 환경을 콘트롤하는 통합 솔루션 제공으로 확대할 가능성까지 내다보고 있다.
최 사장은 "올해 ESL 매출 목표는 전체 시장의 30% 수준인 2000억원"이라며 "ESL 시장을 선점해 이 시장을 주도적으로 확대하고 3∼4년내 매출을 조 단위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