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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日野話]퇴계와 이지번, 心經을 말하다(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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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스토리텔링 - 퇴계의 사랑, 두향(30)


[千日野話]퇴계와 이지번, 心經을 말하다(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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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탁견이외다."


"알아주시니, 듣던 대로 큰 선비이십니다. 덕(德)은 근본이고 재물은 말(末)이지만 본과 말이 서로 보완하고 견제를 해야 사람의 도리가 궁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왔습니다. 재물 생산에도 본과 말이 있는데, 농사는 본이고 소금이나 철광이나 고기잡이는 말입니다. 근본인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다른 산업에서 소득을 찾아 보완해야 고을을 보존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농사지을 땅이 없는 이에겐 볏짚을 제공하여 미투리를 만들게 하고 하루 10짝씩 시장에 내다 팔면, 그들도 굶지 않고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모름지기 지도자는 가난한 자를 구제하려는 생각에 그치지 말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주는 것이 지속가능한 구휼이 아니오리까? 그것이 성인의 권도입니다."

퇴계는 무릎을 쳤다. "옳은 말씀이오. 마침 단양 땅에 흉년이 계속되어 기민(饑民)이 늘어나고 있어 고민을 하고 있소이다. 토정은 어떤 대책을 내놓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보기엔 남한강의 수운(水運)을 활용하여 상업을 진작하는 일을 검토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수운이라…. 참으로 기이합니다. 안 그래도 이곳에 오면서 공서가 우임금이 황하에서 치수공사를 벌인 일을 말했습니다. 그때 붉은 거북인 단구(丹龜)가 계시를 내리는데, 단구가 단양의 거북이란 말도 되니, 오늘 이 말씀을 듣는 것이 바로 그 계시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상류의 물바닥이 고르지 않고 물길이 거칠어 배를 띄우기에 어려움이 없지 않으나, 수운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를 고민하면 방법이 나올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탁월한 경륜을 지니고도 궁벽한 곳을 찾아 떠돌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대인의 자질을 지닌 분을 만나니 이 자리가 한결 흐뭇합니다."


"고맙습니다. 일전에 제가 대인설(大人說)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좋지요."


"사람은 안으로는 지혜롭고 강하기를 바라고 밖으로는 부유하고 귀하기를 바랍니다. 벼슬하지 않는 것보다 귀한 것이 없으며, 욕심내지 않는 것보다 부유한 것이 없습니다. 또 다투지 않는 것보다 강한 것이 없으며, 굳이 알지 않는 것보다 지혜로운 것은 없습니다. 알지 못하면서도 지혜롭고 다투지 않으면서도 강하고 욕심내지 않으면서 부유하고 벼슬하지 않으면서 존귀한 것이 바로 대인이 아니오리까."


"고결한 뜻을 지닌 선비이십니다."


공서가 물었다. "불행한 일들을 겪었어도 이토록 의연하고 담담한 것은 속세의 뜻을 접고 멀리 가버렸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천성이 구속을 싫어하고 분방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입니까?"


"벼슬에 나아간 것이나 산림으로 물러앉은 것이나 다르지 않은 마음이 도(道)의 기본이 아닐까 합니다. 벼슬하면서 산림의 마음을 펴고 은둔하면서 벼슬하는 자의 책임과 도의를 떠올려야 한결같은 선비가 아니겠습니까. 천성이 분방하기는 하나, 어찌 사람으로 태어나 뜻을 섣불리 접을 수가 있겠습니까?"


형인 이지번이 말했다. "구담에 비학(飛鶴)을 띄우고 마치 뭍을 가듯 내달리는 솜씨는 바로 아우에게 빚진 것입니다. 어린 시절 부모를 모두 잃고, 제가 토정을 가르쳤습니다만, 이제는 제가 그 안목과 혜안을 빌리는 일이 많습니다."


퇴계는 좌중을 향해 말했다. "이런 귀한 선비를 만났으니 어찌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까. 자, 자, 다들 한잔씩 마십시다. 두향아. 저쪽에 이미 술이 비었구나. 한 잔 올리거라."


"예, 알겠사옵니다. 나으리."


술잔이 몇 순배 돌자 두향은 거문고를 안았다.


욕장신세부구파(欲將身世付鷗波)하니
이 몸을 갈매기와 물결에 맡겨두니
세화창랑일곡가(細和滄浪一曲歌)라
파도가 잔물결로 어울려 한 자락 노래가 된다
세사산래우사집(世事算來憂思集)이라
세상 일 따지는 건 걱정 한 뭉치를 부를 뿐이라
운림별거몽혼다(雲林別去夢魂多)로다
은둔자로 훌쩍 떠나는 모습이 꿈에 잦구나 <계속>
 
▶이전회차
[千日野話]농사 안되면 염전·철광을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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