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의 1월 수출·수입 증가율이 모두 10%대를 기록하면서 중국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경제 전문가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왜 일까.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이날 발표한 1월 무역수지 통계가 부풀려져 왜곡됐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1월 무역수지는 318억6000만달러(약 34조원) 흑자를 기록했다. 1월 기준으로는 2009년 1월 391억100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7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수출과 수입 증가율이 각각 10.6%, 10%를 기록해 1~2%대의 증가율을 기록하거나 오히려 감소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던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중국의 수출·수입이 크게 증가했다는 통계는 글로벌 수요와 중국의 수요가 모두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1월 통계가 예상보다 너무나 잘 나온데다 다른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1월 무역수지와 비교할 때에도 너무 튄다는 데 이상함을 느끼고 있다. 더군다나 1월은 중국의 전통적 명절인 위엔단(元旦)과 춘제(春節)가 끼어 있어 다른 달 보다 조업 일수가 적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루이스 쿠지스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수출 기업들의 신용장 과다기재 관행들이 1월 무역수지 통계를 부풀렸을 것이라는 의심이 계속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수출기업들은 그동안 중국의 높은 기준금리와 지속적인 위안화 가치 절상에 따라 외부로부터 투자금을 들여오기 위해 수출 대금을 부풀렸다. 중국에 단기성 투기자금 '핫머니' 유입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이러한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단속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내에서는 신용장을 부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요즘 중국 수출기업들 사이에서는 세관에 수출품을 통과시키고 다시 수입하는 신종 수법이 판을 치고 있다"면서 "중국 기업이 홍콩에 있는 자회사에 제품을 수출한 후 더 비싼 값에 다시 수입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 역시 중국의 높은 금리와 위안화 절상을 노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 은행권에 예금할 경우 이자로 연 1%도 못 챙기지만 중국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자산운용상품에 돈을 넣어둘 경우 6%대의 이자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위안화의 '한 방향' 절상에 따른 환차익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위안화는 달러화에 대해 가치가 3%나 절상됐다. 올해들어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으로 신흥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지만 중국은 올해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통화가치 절상이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편 무역수지 통계를 왜곡시키면서 까지 중국으로 유입되는 핫머니는 중국 정부의 골칫거리다. 핫머니는 투기성 자금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한꺼번에 중국 밖으로 대거 이탈할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 금융시장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핫머니 과다 유입은 위안화 절상 속도도 빠르게 해 나중에 중국 수출 시장을 악화시키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미국의 비영리 조사단체 '글로벌파이낸셜인테그리티(GFI)'는 이런 방법을 통해 중국으로 들어온 핫머니가 2006~2013년 4000억달러(약 423조8800억원)를 웃돈다고 추정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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