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무라야마 도미이치(90) 전 일본 총리는 12일 "한국과 일본이 대립을 해소해 양호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과거 역사를 직시하고 그에 대한 반성과 함께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초청으로 우리나라를 방문 중인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올바른 역사인식을 위한 한일관계 정립'이라는 주제의 강연에 참석해 "양국 관계에 불협화음이 생기고 있는 것은 실로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강연에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안철수 무소속 의원 등 주요 정치인이 참석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한국은 일의대수(一衣帶水)를 끼고 있는 이웃나라이자, 긴 역사적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라며 "양국이 과거 불행한 역사를 뛰어넘어 화해와 선린우호 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1998년 한일공동선언을 양국 정상 합의에 따라 발표한 바 있는데 양국 정치가들이 이 공동선언의 정신에 입각해 협력하고 과도한 언동을 자제하고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역대 일본 정권 중 식민지배에 가장 적극적으로 사죄한 것으로 평가받는 '무라야마 담화'의 주인공으로, 제81대 일본 총리를 역임했다. 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국회에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고 표명한 바 있다"며 "이 표명을 존중하고 그대로 실행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의 이번 방한은 지난해 9월 일본 사회민주당 데루야 간토쿠 중의원이 정의당 의원단을 방문할 당시 심 원내대표가 공식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심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 "한일관계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고 그 중심에는 아베 총리가 있다"면서도 "한일관계의 개선과 발전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과제이자 평화와 공존의 동아시아 공동체 건설을 위해 한일 양국은 반드시 협력의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것은 양국 모두의 올바른 과거사 인식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무라야마 전 총리를 한국으로 초청한 것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방한 첫 날인 11일 정의당 의원단과 간담회를 가진 직후 김제남 의원실 주관으로 열리고 있는 '국가지정기록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작품 전시회'에 참관해 눈길을 끌었다. 때마침 전시회장에 있던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박옥선, 이옥선 할머니와 즉석 면담도 가졌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작품을 관람하며 "말이 안 나온다"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가 하면, 동갑내기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게는 "90세이십니까? 저보다 훨씬 젊어보이십니다. 늘 건강하십시오"라고 말을 건네는 훈훈한 모습도 보였다.
정의당 관계자는 "일본의 전ㆍ현직 총리 중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만난 것은 무라야마 전 총리가 최초"라고 전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오후 같은 장소에서 '동북아 평화 및 올바른 한일관계 형성을 위한 좌담회'를 갖는 등 일정을 소화하고 13일 귀국길에 오른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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