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16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벌어진 3000억원대 대출 사기는 우리은행 이체확인서를 수시로 조작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뱅킹의 경우 고객이 임의로 이체확인서의 여러 항목들을 수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T ENS의 협력업체로 대출 사기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앤에스쏘울이 우리은행의 인터넷뱅킹 이체확인시스템을 활용해 자금 증빙서류를 수시로 조작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기 대출 검사 과정에서 금융사로부터 대출된 자금이 용도대로 삼성전자 휴대폰 외상 구매 자금으로 집행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앤에스쏘울에 '삼성전자 외상구매 대금 이체 증명' 서류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후 자금이체 증빙이 제출된 경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앤에스쏘울이 우리은행 인터넷뱅킹 이체증명서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앤에스쏘울로부터 해당 증명 서류를 받아 본 결과 이체된 계좌가 삼성전자가 아니고 협력업체 관계사 중의 하나였다"고 밝혔다. 받은 사람 통장표시 내용을 수정했다고 것이다.
시중 은행의 인터넷뱅킹의 경우 고객이 마음대로 거래내역까지 수정할 수 있게 돼 있다. 또 인쇄 기능까지 있어 임의로 수정한 후 금융사 등에 제출이 가능하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체확인서가 법률적 효력은 없지만 거래 상대방이라면 확실한 증거로 믿는 게 대부분"이라며 "이번 대출 사기도 이렇게 조작된 이체 증빙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인터넷뱅킹 이후 이체확인서를 엑셀 파일 등으로 전환해 출력하는 경우 원본과 다르게 위조 방지 바코드 등 보호 장치가 없다"며 "원본 파일의 경우엔 수정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은 BS저축은행에 대해 개별 차주 한도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