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사는 주부 김현아(34)씨는 며칠 전 동네 슈퍼마켓에서 과자를 구입하다 깜짝 놀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000원(42g)이던 롯데제과 '빼빼로'가 용량을 늘렸다는 이유로 1200원(52g)에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기존 제품도 양이 많아 매번 남기곤 했는데, 이런 식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소비자를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먹거리에 대한 가격 인상 러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업체가 용량이나 디자인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인상해 논란이 되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아이스크림의 용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대표 제품인 월드콘과 설레임을 기존 160㎖에서 170㎖로 늘릴 계획이며, 더블비안코는 185㎖에서 210㎖, 위즐은 660㎖에서 700㎖, 조안나는 850㎖에서 900㎖으로 증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일부 제품 용량을 늘리면서 가격을 올릴 계획이다.
지난 1월에는 빼빼로의 가격을 같은 방법으로 인상한 바 있다. 당시 롯데제과는 초코, 딸기, 하미멜론 빼빼로를 기존 42g(낱개 기준 21개)에서 52g(25개)으로, 아몬드빼빼로, 땅콩 빼빼로를 32g(9개)에서 39g(11개)으로 각각 변경하며, 가격을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조정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잘나가는 제품에 대해서는 용량을 늘려 가격을 인상하고 외면받는 제품은 용량을 줄여 인상폭을 낮추는 식의 가격 인상을 펼친다고 꼬집었다. 제 값을 받으면서 용량만 줄이거나 늘려 가격 인상 효과를 얻으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롯데제과는 "제품 중량당 가격은 1.5~3.1% 인하되는 셈"이라며 "빼빼로의 규격 변경은 양이 적다는 일부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동시에 생산과 유통, 영업에 이르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 논란에 대해서도 "반값 아이스크림 관행을 없애기 위한 가격정찰제 확대의 일환"이라며 "소비자가를 기준으로 하면 오히려 인하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소비자단체는 롯데제과의 용량 변경은 가격을 인상하기 위한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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