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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특수목적법인), 금융사기 터지면 불거지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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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만 공모하면 막기 어려운 감사 사각지대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 일산 고양터미널 불법대출 사건 등에서 악용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KT 자회사인 KT ENS 직원과 중앙티앤씨, 엔에스쏘울 등 협력업체가 공모한 3000억원대 대출사기는 KT ENS 내부의 직원관리, 은행 여신심사시스템의 허점뿐 아니라 특수목적법인(SPC)이 사실상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음을 보여줬다.

SPC는 그동안 부실회사 정리, 수익성 있는 부동산 개발에 많이 활용되면서 긍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금융사기에 매번 등장하면서 불신을 키웠다. 2011년 논란이 된 부산저축은행 부실사태, 일산 고양터미널 사업 불법대출 사건 모두 대주주가 개인이나 차명 소유로 여러 개의 SPC를 만들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들은 사실상 같은 사람이 여러 개의 SPC를 만들어 '동일차주 여신한도' 규정을 피하면서 대출을 받았다는 점에서 같은 수법을 사용했다.


SPC가 이처럼 금융사기에 자주 사용되는 것은 설립이 쉽고 금융당국의 규제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SPC는 상법상 자본금 5000만원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법인 설립자가 원할 때만 금융위원회에 등록하도록 돼 있어 사실상 금융당국이 일일이 간섭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있다. 상법상 유한회사 형태로 주식회사와 달리 경영도 폐쇄적이다.

이번 대출사기 역시 이 같은 SPC의 폐쇄성을 악용했다. SPC를 만든 협력업체들은 대부분 중소 규모의 회사다. 엔에스쏘울의 경우 자산 규모가 89억원대로 100억원을 넘지 않았다.


이런 중소기업들이 수천억원대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서로 다른 이름의 SPC를 여러 개 만들었기 때문이다. 협력업체들은 KT ENS에 납품하고 발생한 것처럼 꾸민 매출채권을 그들이 만든 SPC에 모두 넘겼고 이를 통해 동일차주 여신한도(저축은행이 자기자본의 25% 이상을 한 법인이나 개인에게 대출해 줄 수 없는 규정)를 피해갔다.


SPC에 가공의 매출채권을 모두 양도했기 때문에 은행의 관리감독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SPC를 통한 대출은 기본적으로 모기업의 재무상태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 외상매출채권의 근거가 되는 세금계산서를 통해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은행들이 엔에스쏘울 등 협력업체들의 재무상태를 고려하지 않도록 유도할 수 있었다.


결국 이번 사태처럼 업체 간 공모를 통해 작정하고 활용하면 막을 수 있는 방도가 마땅히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SPC는 장점도 많지만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해갈 수 없는 감독의 사각지대인 만큼 추가 범죄를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를 강화할 경우 SPC 본래의 기능이 축소될 뿐 아니라 일일이 감독하고 제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 채권 전문가는 "워낙 많기 때문에 감독이 만만치 않다"며 "불법을 작정하고 저지르려는 사람들은 제도를 강화한다해도 어떻게든 빠져나갈 방법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출사기와 관련, SPC에 대한 은행의 관리감독이 소홀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앙티앤씨, 엔에스쏘울 등 협력업체들은 상호 지분을 보유하고 있거나 상호 회사의 임원으로 등재돼 있는 등 연결고리가 있었지만 은행은 이들 협력업체가 사실상 한 회사처럼 움직였다는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심지어 같은 건물, 같은 층, 같은 전화번호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은행은 동일차주임을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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