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승요인 우려, 업계·국토부 반대입장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새로 건설하는 아파트는 폼알데하이드, 벤젠, 톨루엔 등 '새집 증후군'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을 일정 기준 이하로 낮추도록 의무화된다. 정부가 건강한 주거공간을 만들겠다며 실내 화학물질 관련 권고사항을 의무규정으로 바꾸는 영향이다.
하지만 기준치가 지나치게 강한 데다 친환경 건축자재 가격이 비싸 결국 분양가만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1일 환경부에 따르면 '다중이용시설등의 실내공기질 관리법'에 담긴 아파트 실내 화학물질 기준치를 의무적으로 준수토록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는 상반기 중 국회에 개정법률안을 제출, 내년 하반기부터는 시행에 들어가도록 할 예정이다.
법률에 담긴 유해 화학물질의 실내 잔류량 기준치는 ㎥를 기준으로 폼알데하이드는 210㎍ 이하를 유지하도록 돼 있다. 또 벤젠 30㎍, 톨루엔 1000㎍, 에틸벤젠 360㎍, 자일렌 700㎍, 스티렌 300㎍ 이하를 유지토록 했다.
준공 후 입주 사흘 전까지 5시간 동안 밀폐해둔 상태에서 공기질을 측정, 이 기준치를 만족하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환경부는 의무규정으로 전환한 후 기준치를 초과한 아파트 시공사에 대해서는 개선명령이나 1000만원 이하 과태료 등의 행정질서벌과 1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 등의 행정벌이 준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새집증후군 유발 원인물질들을 사전에 막아 국민건강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라면서 "공기질 위반자에게는 비례의 원칙에 맞게 개선명령이나 벌금 등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물론 주택건설기준을 운용하는 국토교통부도 의무규정으로 전환하는 데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어 법개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원칙적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설정된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 표준화된 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파트에 시멘트는 물론 창호나 벽지, 가구, 바닥재 등 수많은 자재가 투입되고 있고 자재별로 이 기준을 만족하도록 하기가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도 이유로 지목한다. 하나의 자재만 해도 수많은 재료가 합쳐져 만들어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건설사들 역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KS제품을 쓴 주택에서 화학물질 기준치가 초과됐을 경우엔 어떻게 되느냐"며 "국가에서 승인받은 자재를 쓰고도 공기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면 정부 정책 간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실내공기질 기준치를 만족시키는 것은 단순히 자재의 재료를 잘 관리하고 시공하는 문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기준치에 맞추는 과정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분양가를 크게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벌칙이 주어진다면 그 책임소재를 두고 주택시행자와 시공사, 건축자재 생산업체간 분쟁은 물론 입주자와 주택건설사간 분쟁이 급증하게 될 것"이라며 "사회적 갈등요인을 늘리지 않도록 합리적인 방향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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