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점끼리 해지번호 활용해. 신규를 번호이동으로 둔갑시켜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휴대폰 번호를 해지하면 깨끗이 사라져야 할 고객정보가 휴대폰 판매점끼리 건당 6만~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인 개인정보 거래가 휴대폰 판매점에서 버젓이 이뤄지는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휴대폰 판매점에서는 이른바 '해지밴' 거래가 횡행하고 있다. 해지밴은 해지 신청된 번호를 해지한'척'만 하고 이 회선을 이용해 신규 가입자를 번호이동 고객으로 둔갑해 가입시키는 것이다. 번호이동 고객을 유치하면 신규로 가입자를 받을 때보다 이동통신사로부터 더 많은 판매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번호를 해지한 사람의 이름ㆍ전화번호ㆍ주소ㆍ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는 판매 업자들 사이에서 6만~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예컨대 A매장에 해지신청서와 신분증이 접수되면 A매장은 이 정보를 B매장에 판매한다. B매장은 고객 명의를 신규 가입을 원하는 고객명의로 변경한 후 다른 이통사에 가입시킨다. 전산상으로는 번호이동이지만 가입자 입장에서는 신규 가입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되면 B매장은 통신사로부터 더 많은 정책 장려금이나 판매 수수료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전화로도 거래하지만 휴대폰 판매자들끼리 모인 온라인 카페에 들어가면 해지밴 회선을 찾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며 "정보만 확보하면 파는데 하루도 안 걸린다"고 말했다. 단말기마다 다르지만 신규 가입으로 하면 받는 판매점의 이득이 십만원을 훌쩍 넘는만큼 6만~8만원은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판매점 입장에서는 아주 쉽게 수익을 챙길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 암암리에 거래되는 정보가 꽤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런데도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손을 놓고 있다. 해지밴 거래는 ▲명의변경 ▲번호이동 ▲통신사로부터 받는 장려금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각각을 담당하는 부서가 달라 서로 '우리 소관이 아니다'며 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2012년 이 같은 부당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지만 구 방통위 업무가 현 방통위와 미래부로 나눠지면서 흐지부지된 탓이 크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신사가 지급하는 장려금 이슈는 우리와 얽혀 있지만 번호이동이나 명의변경과 관련된 부분은 미래부가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책임을 미뤘다. 미래부는 "명의변경을 제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고 밝히면서도 내부적으론 일부 업무가 방통위와 충돌하고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