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온라인이슈팀] 서울대병원의 시설관리를 맡은 용역업체가 소속 노동자들에게 근로계약서와 별도로 서약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서약서에는 '회사 명령에 절대 순응하겠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있어 노동자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는 9일 서울대병원 시설관리 용역업체인 현대씨앤알이 소속 하청 노동자 114명에게 근로계약서와 별도로 서약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현대씨앤알 측이 작성해 노동자들에게 서명을 강요한 서약서에는 '인사이동, 출장, 기타에 관한 회사 명령에 대해 절대 순응하겠다', '현대씨앤알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 '서약 내용을 위반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어떤 처벌도 감수하며 해당 손해액을 즉시 배상하겠다' 등이 써있다. 현대씨앤알은 현대해상화재보험계열사로 시설관리 및 미화, 경비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대기업이다.
이향춘 의료연대 서울지부장은 "용역업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노조가 사라진 상황"이라며 "현대씨앤알 측은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 회사에 손해를 끼치게 된 경우 등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항목들을 서약서에 포함했다. 해고의 명분을 명시해 노동자들을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약서에 명시된 손해배상 대목이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노동계는 지적한다.
이 지부장은 "2010년 태풍 때문에 정전돼 전기설비가 망가졌을 때 원청 서울대병원은 용역업체에 책임을 물었다. 용역업체는 당시 업무를 맡았던 노동자에게 8000여만원에 달하는 배상비 구상권을 청구했다"며 "그때는 노조가 배상을 막았지만, 기계·전기·가스·소방 등 어느 분야에서도 그런 일이 또 생길 수 있는데 서약서대로면 노동자를 지킬 방도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약서 문제가 불거지자 현대씨앤알 관계자는 "지금은 답변이 곤란해 나중에 연락주겠다"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서울대병원 측은 용역업체와 자사 소속 노동자들 사이의 일에 원청이 간섭하는건 법으로 금지돼 있어 이에 대해 언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온라인이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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