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고(토지) 바꾸고(용도) 올려(높이) 속도 ‘↑’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 동남권 지형도가 바뀐다. 총 54만8239㎡에 달하는 송파구 문정지구에 대규모 신성장동력 산업단지와 공공행정 지원시설이 새로 들어선다.
1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같은 내용을 담은 문정지구 내 법조타운과 6개 특별계획구역에 대한 일부 조정안 추가 심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 5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결과에 따른 후속조치다.
우선 송파구청에 매각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인 특별계획구역 4-1블록 처리방안이 확정된다. 땅을 반으로 쪼개 절반은 미래형업무용지로 남겨두고 나머지는 공공지원용지로 바꿔 송파구청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새로 추가된 미래형업무용지인 4-4블록에는 1등급 이상, 300실 이상 규모의 관광호텔 건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특별계획구역 6ㆍ7블록은 연계 개발을 통해 이른바 '슈퍼블록(Super Block)'으로 조성토록 계획됐다. 현재 6블록은 원서브가 시행하고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아 현대지식산업센터를 건립 중이다. 이미 건축허가까지 끝난 상태이며 총 계약률이 66%, 내부 상가 분양률은 70%에 달한다. 7블록 역시 원서브와 미래에셋 등이 주주로 참여한 미래문정프로젝트주식회사(PFV)가 대규모 지식산업센터를 조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6블록(1만7665㎡)과 7블록(1만7721㎡) 총 3만5386㎡는 문정지구 미래형업무용지(15만1593㎡)의 23.3%를 차지하는 미니 산업단지로 탈바꿈한다. 시행사는 SH공사와 협의해 두 블록 사이 용지를 대규모 조각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친환경 요소를 가미한다는 계획이다.
부지 매각이 모두 끝난 나머지 블록 중 규모가 가장 큰 1구역(3만475㎡)과 인근 3구역(1만7421㎡), 7구역(1만7721㎡)은 세부개발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연구시설 등이 들어선 2구역은 지난해 건축허가를 받고 현재 분양을 시행 중이다.
특별계획구역이 아닌 일반 부지는 모두 용도가 확정됐다. 8-1ㆍ4ㆍ5블록은 생활대책자들에게 우선 매각될 예정이고 문정지구 전체의 신성장동력사업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 10블록은 50% 범위 내에서 오피스텔 건립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처럼 서울 동남권 대규모 개발토지의 용도가 분명해지고 토지매각과 분양 등이 속도를 내게 된 것은 적절한 마케팅 전략이 유효했다. 최근 잔여필지 매각을 위해 도입한 '계약금환불 조건부 공급' 등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약금환불 조건부 공급은 매수인에게 계약체결 후 일정기간 이내에 매도인의 귀책사유 없이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특별해제권)를 부여하는 옵션부 토지판매 제도다.
장기간 팔리지 않던 미분양 7개 필지(6만5617㎡) 가운데 1-1블록을 제외한 6개 필지는 SH공사가 이 조건을 내걸자 지난해 모두 팔려 4625억원의 매각실적을 올렸다. 앞서 10여차례나 유찰된 전력에 비춰보면 크게 다른 모습이다. 특히 매각 과정에서 1-2블록의 경우 4개 회사가 입찰에 참여해 공급가보다 200억원 가량 높게 낙찰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3-1블록도 입찰가보다 120억여원 높게 응찰했다. SH공사 관계자는 "당시 사업 시행자에게 위험을 경감시켜주는 계약금 환불 조건부 계약과 중도금을 잔금으로 이월시켜주는 파격조건을 선보인 것이 큰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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