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를 이끄는 옌스 바이트만 총재(45·사진)는 타협할 줄 모르는 원칙주의자다. 그는 모든 사람이 맞다고 말할 때 혼자 틀렸다고 주장하는 '노 맨'으로도 유명하다.
바이트만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회 집행위원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11월 ECB가 '깜짝' 금리인하를 단행할 때 이에 반대했다. 당시 집행위원 23명 가운데 17명이 금리인하에 찬성했다.
바이트만은 최근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과 가진 회견에서 ECB의 기준금리 인하에 이른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느슨한 통화정책이 회원국의 재정부실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바이트만은 모든 사안에 대해 만장일치하는 통화정책 기관이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적어도 한 달 정도 금리인하를 미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집행위원들끼리 시간을 두고 심도 있게 대화하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바이트만은 ECB의 장기적인 저금리 기조가 금융시장 리스크를 키우고 있으며 적기에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바이트만은 ECB의 무제한 국채매입 정책에도 반대한다. 유로존을 위기에서 구하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모든 국가로 위험을 재분배한다는 이유에서다.
바이트만은 금리인하나 국채매입 같은 대규모 지원책이 문제의 근본적인 치유는 아니라고 본다. 이는 통증을 완화하는 임시방편으로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은 재정위기국들의 강도 높은 체질 개선으로 위기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 사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바이트만은 유로존이 좀 더 강한 결속력을 갖는 공동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유로존과 유로화의 미래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유로존이 부채위기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데 수년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모든 회원국이 공동 규범을 철저히 준수하지 않고 정치·경제 구조개혁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유로존의 혼란은 더 심화할 것이다.
슈피겔은 역대 분데스방크 총재 가운데 바이트만이 가장 결단력 있다고 평했다. 그는 분데스방크 수석 경제보좌관으로 일하던 2011년 악셀 베버 총재의 뒤를 이었다. 당시 그는 43세로 분데스방크 53년 역사상 최연소 총재가 됐다.
바이트만이 총재로 임명되자 시장은 그가 아직 어리고 경험도 부족하다며 우려했다. 그러나 바이트만은 총재 취임 후 3년여 동안 이런 염려가 기우였음을 몸소 증명했다.
바이트만은 1997~1999년 국제통화기금(IMF)을 거쳐 독일경제정책자문위원회 사무총장도 지냈다. 2004~2006년에는 분데스방크 통화정책 및 통화분석 부문 대표로 일했다.
그는 2006년 당시 베버 총재의 추천으로 총리실에 들어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최측근에서 일했다. 같은 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를 맡았다. 2009년에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의제를 사전 조율하는 '셰르파(Sherpa)'로 활동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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