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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혁, 뜨거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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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혁, 뜨거운 안녕 이규혁[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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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7일 개막 소치열전 감동포인트 5-④

4년 전, 노장의 투혼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16년에 걸친 도전의 마지막 기회 같았기에 안타까움이 더했다. 1000m 결승선을 9위로 통과한 이규혁(36ㆍ서울시청)은 그대로 밴쿠버의 얼음 위에 쓰러져 눈물을 흘렸다.


혼신의 힘을 쏟은 도전은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우울증으로 고통받으며 한때 은퇴도 생각했지만 2011년 세계스프린트선수권 종합우승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용기를 냈다.

이규혁은 한국 빙상의 상징이요, 자존심이었다. 1997년 월드컵에서 우리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웠고, 2007년과 2008년에는 세계스프린트선수권 2연속 우승을 이룩했다.


20년을 이어온 헌신. 우리는 그를 노 메달의 영웅이라고 부른다. 올림픽 메달이 없어도 위대한 여정이었다. 그는 쇼트트랙으로 대변되던 동계스포츠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근본부터 바꿔 놓았다. 소치에서 금메달에 도전하는 이상화(25ㆍ서울시청) 모태범(25ㆍ대한항공) 이승훈(26ㆍ대한항공)은 그러니까 '이규혁 키드'다.


소치대회는 그의 생애 여섯 번째 올림픽이다. 스케이트 날은 여전히 번득이지만 이규혁은 더이상 메달 후보가 아니다. 10살 이상 어린 후배들과 다투는 정상의 길은 험난할 따름이다. 그도 세월을 느낀다. 허리와 허벅지에 부상이 끊이지 않는다. 컨디션이 하루 이틀이면 회복되던 나이가 아니다.


소치는 '진짜' 은퇴 무대다. 이규혁의 마지막 도전은 유쾌할 것이다. 개막식에서 그는 태극기를 들고 한국선수단을 인도한다. 장내 아나운스먼트가 '코리아!'를 외치는 순간 이규혁의 가슴은 누구보다 뜨거울 것이다.


안녕.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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