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허 전쟁에서 공유로 화해 분위기 주도
- 삼성·애플 극적 특허동맹 가능성도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업계 선두주자인 삼성전자·구글·시스코 간의 '특허동맹'이 이뤄졌다. 단말기, 운영체제, 서버·네트워크 장비의 최고 기업들이 손잡은 것은 전무후무한 사례로 삼성·애플 간의 특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삼성에 있어 이번 시스코의 특허 공유는 앞으로 추진할 '스마트홈 서비스' 전략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CES) 2014'에서 삼성은 TV·냉장고 등 생활가전, 스마트폰·태블릿 등 모바일기기, 웨어러블(착용형) 기기와 바이오센서까지 통합 플랫폼으로 연동시켜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제어·관리할 수 있도록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시스코는 홈 네트워킹을 비롯해 최근 주목받는 사물인터넷(IoT) 관련 상당한 특허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애플과 특허 장기전을 벌이고 있는 삼성은 구글과 함께 애플을 더욱 압박할 수 있는 공동전선을 형성했다는 의미도 있다. 아울러 또 다른 소모전에 휘말릴 가능성을 줄이는 효과도 거뒀다. 앞서 삼성은 지난달 27일 에릭슨과 구글과도 특허 협상을 맺었다. 에릭슨과는 1년2개월 동안 끌어왔던 갈등을 마무리지었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업의 최대 협력자 관계인 구글과는 모바일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했다.
정동준 '수 특허법룰사무소' 변리사는 "삼성전자로서는 특허 연대에 사활을 걸고 나선 듯 하다"면서 "현재 매출 기여도가 가장 높은 모바일 분야에서 애플과의 글로벌 경쟁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이고, 애플과의 특허 소송 1차가 삼성 자체에 대한 공격이었다면 2차 소송에서는 구글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로 공세 범위를 넓혀 나가는 상황이기에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특허 관계자는 "특허동맹이 애플을 고립시키거나 압박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특허전에서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최근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들의 고소전이 난무하면서 글로벌 ICT기업들이 혁신적 기술경쟁 대신 법정 싸움에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 많아지자, 특허소송 대신 '크로스 라이선싱'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역시 갖가지 특허소송에 시달렸던 구글과 시스코 입장에서도 10만건 이상의 특허를 가진 삼성을 동맹군으로 얻는 효과는 크다.
앞으로 삼성이 누구와 특허동맹을 확대할 지도 관심이다. 마찬가지로 사물인터넷 분야에 손을 뻗치고 있는 퀄컴, 반도체·장비분야의 전통적 강자 인텔 등이 유력하다. 삼성과 인터넷 콘텐츠 확장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 UI, 통신표준특허, 전력 효율 작동 시스템 등으로 소송을 벌여왔던 소프트뷰, 골든브릿지테크놀로지, 플랫월드인터렉티브 등 기업들과의 공유도 성사될지 관심이다.
나아가 삼성과 애플이 특허 문제에서 극적으로 타결을 볼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삼성은 든든한 특허동맹 지원군을 등에 업고 애플과의 소송전에 집중할 수 있게 됐고 애플도 특허 공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 5일 독일 특허괴물 'IP콤'으로부터 21억달러 규모의 특허침해 제소를 당했고, 같은 날 경쟁자인 구글 등 13개사와 함께 특허괴물의 무차별 제소를 막기 위한 움직임에 동참하기로 했다. 삼성과 애플은 오는 3월31일 특허소송 '2라운드'를 앞두고 이달 19일 이전 양사 최고경영자(CEO) 간 담판을 벌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3사간 특허동맹은 향후 특허 분쟁 가능성에 대한 방패를 마련하기 위해 분쟁 대신 '공유'를 선택하는 사례를 제시했으며 삼성·애플 간 소송에서도 혁신보다 소송에 집중하는 애플에 반해 삼성이 적극적으로 특허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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