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텔레마케터들도 이미 '실업자' 신세…금융사 전화영업 규제 완화한다지만 "글쎄"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전화영업 허용이요? 이미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돌아선 동료들도 있습니다. 답답할 뿐이죠."
A생명에서 5년 넘게 텔레마케터(TMR)로 일하고 있는 김모(47ㆍ여)씨의 목소리는 지쳐있었다. 4일 금융당국이 '금융사 전화영업(텔레마케팅ㆍTM) 규제' 완화계획을 발표했지만 타들어가는 속을 달랠 수 없다. 한마디로 '졸속 대책'이라는 것이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임시땜질식 처방들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터라 이번 대책 발표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김씨는 금융당국이 모든 금융사(온라인 보험사 제외)의 TM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지난달 27일부터 일이 끊겼다. 졸지에 실업자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TM 영업 제한 조치가 시행되기 전까지만 해도 목소리가 쉬도록 근무해 월평균 300만원대의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지금은 한 푼도 못 벌고 있다. 당장 대학생 두 자녀의 학비가 문제다. 다행히 금융당국이 영업제한을 단축하는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지만 고용불안에 대한 불안감은 그대로다.
김씨는 "기본급도 없는 상태에서 하루 종일 고객들과 통화하면서 성과 및 유지관리 수당만으로 생활을 해왔는데 지금은 수입이 전혀 없어 막막하다"며 "같은 회사 동료들 중에는 생계 유지를 위해 시간제 알바를 구해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TMR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데 규제를 완화하는 것과는 별개로 당국도 이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당국은 당초 3월 말까지 중단하기로 했던 금융사 TM 규제를 완화해 이르면 오는 13∼14일 보험 분야부터 순차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졸속 대책을 내놓았다가 TMR 실직 우려 등 파장이 커지자 백기를 든 셈이다.
이에 따라 합법적으로 얻은 고객정보로 영업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TM을 다시 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만기가 돌아온 상품에 대해 갱신 영업만 허용했지만 신규 영업도 허용된다.
금융당국은 영업제한 조치로 영향을 받은 아웃바운드(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영업하는 행위) 보험 TM 종사자 약 2만6000명 중 약 1만7000명이 다음 주부터 영업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다음 주부터 영업 재개를 못하는 보험 TM 종사자들도 있다"며 "(순차적으로 규제가 풀리겠지만) 먼저 영업이 재개되는 부문 외에 나머지 TMR들은 더 오랫동안 일손을 놓아야 되는데 동료로서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나 TM들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것도 아닌데 금융당국은 보상책도 없이 졸속대책만 내놓고 있어 정작 피해는 애꿎은 TMR만 보고 있는 것이 더 억울하다.
한편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영업재개가 되더라도 이미 고객들의 불신이 증폭돼 있어 TM이 상당히 고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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