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뽑는 구체적 조치 필요...역사에서 배우지 않으면 보복 당한다 경고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일본의 유력 일간신문인 아사히신문이 사설에서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대체할 국립추도시설 건립을 아베 신조 총리에게 제안해 귀추가 주목된다.
아베 총리가 지난해 12월26일 취임 1주년을 기념해 일본 총리로서 7년 만에 처음으로 참배한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서 숨진 사람들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다. 특히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 곳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246만6000명이 합사돼 있다.
아베 총리의 참배로 한국과 중국,일본 등 주변국의 비판이 비등하는 가운데 이런 제안에 나옴에 따라 아베 총리가 어떤 반응을 보일 지가 주목된다.
아사히는 3일자 사설에서 국제 회의에서 일본과 중국의 각료들이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을 둘러싸고 비판을 한다면서 아베 총리가 이웃국가들에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고만 말 할 것이 아니라 ‘가시’를 하나씩 뽑는 구체적 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며 이같이 제안했다.
사설은 ‘새로운 추도시설을 지으면 전몰자 유족들은 참배하지 않을 것’이라는 아베 총리의 최근 발언에 대해 “유족도 다 같지는 않다”면서 “야스쿠니에서 만나자는 말을 믿고 (가족이) 비명에 간 것을 애석해하는 유족, A급 전범 앞에서 두 손을 모을 수 없는 유족, 다른 종교를 믿는 유족”도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사설은 이어 "국립추도시설 건설이 새로운 시설에 참배할 것을 유족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진 유족이나 외국 요인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소”라고 설명했다.
사설은 또 총리는 새로운 시설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고, 신중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면서 "그렇다면 막힘없이 추도 할 수있는 시설을 하라고 하는 소리도 진지하게 검토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사설은 특히 총리의 참배를지지하는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에도 귀를 기울여 주기를 당부했다.
아사히 사설은 "전쟁의 희생자를 애도하는 마음은 귀하지만 야스쿠니 신사는 단순한 위령장소가 아니라 군국주의와 결합된 과거를 이끄는 종교시설"이라고 규정하고 “총리 등 정치지도자가 참배하면 상처받는 사람은 일본에도 많으며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와는 결정적으로 다르다”고 꼬집었다.
아사히 사설은 끝으로 ‘역사를 배우지 않는 사람은 역사에 의해 보복당한다’는 경구를 인용하며 “보복에 의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젊은이들이라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