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국내와 달리 해외 고급 호텔에서는 무선인터넷 사용을 위해 추가 요금이 청구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요금이 저렴한 중급 이하 호텔에서는 오히려 와이파이 연결을 무료 제공한다.
한 예로 미국 뉴욕 맨해튼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은 가장 오래된 최고급 호텔이자 뉴욕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다. 영화 '세렌디피티' 등 뉴욕을 무대로 한 여러 영화의 단골 촬영지임은 물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같은 유명인사들도 한번씩 거쳐간 곳이다. 이곳에서 하루 묶으려면 최소 400달러(약 43만원)가 드는데, 와이파이 사용도 하루에 19.95달러(약 2만1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그럼 뉴욕 유니언스퀘어 인근 이스트 17번가에 위치한 호텔17은 어떨까. 이곳은 우디 앨런 감독의 1993년 영화 '맨해튼 살인사건'에 등장한 곳으로 역시 나름 유명하지만, 월도프 아스토리아에 비해 훨씬 작은 호텔이다. 이곳은 1박에 86달러(9만2000원) 수준으로 저렴하지만, 와이파이 사용은 무료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답은 간단하다. 미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네바다주립대학 호텔경영학과의 토니 레페티 교수는 "그만큼 낼 수 있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급 호텔은 보통 돈을 그만큼 낼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이용한다는 것이다. 반면 중저가 호텔의 경우 투숙객들은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또 비슷한 수준의 호텔이 많다 보니 경쟁력을 위해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만약 업무 출장차 고급호텔에 투숙한 회사 중역이라면? 어차피 추가비용도 회사 공금으로 처리할 테니 걱정할 일이 없다. 휴식을 위해 호텔을 찾은 부유한 손님이라면? 와이파이 사용료 정도는 별 문제가 없다. "1박에 400달러짜리 호텔을 묶을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20달러 와이파이 이용요금 정도가 뭐 문제겠느냐"는 것이 레페티 교수의 설명이다.
다만 고급호텔에서도 와이파이를 무료 제공으로 돌리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다. 글로벌 호텔서비스 웹사이트 '호텔채터'의 줄리아나 섈크로스 에디터는 "세계 호텔의 3분의2 정도가 와이파이를 무료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그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와이파이 사용이 유료인 경우 투숙객들이 소셜네트워크(SNS) 등을 통해 불만을 표시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다만 호텔들이 이를 핑계로 숙박요금을 올리는 경우도 많아졌다. 레페티 교수는 "손님들 입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렵지만 와이파이를 무료화하고 대신 일 숙박료를 소폭 올리는 호텔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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