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양적완화 축소 발표 직후 금융시장 요동…"구조 개혁 완료하지 못한 것"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이 예견된 수준에서 이뤄졌음에도 신흥국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 개혁 노력이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호세 비날스 IMF 통화·자본시장 국장은 추가 양적완화 축소 발표 직후 신흥국의 통화가치와 증시가 하락하는 것에 대해 "신흥국이 외부 충격을 극복할 수 있는 구조 개혁을 완료하지 못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흥국 위기는 연준의 테이퍼링보다 (해당국들의) 특유한 요소들이 조합된 탓이 크다"며 "신흥시장 공황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시장도 IMF의 이 같은 진단에 대체로 동의하는 모습이다. 커먼웰스 포린 익스체인지의 오메르 에시너 애널리스트는 AFP 통신에 "연준도 신흥시장 위기가 선진국으로 전이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테이퍼링(자산매입 감축) 확대를 결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AFP는 그러나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로 터키와 남아공의 전격적인 금리 인상이 반짝 효과에 그쳤고 인도, 러시아, 브라질 및 아르헨티나의 외환 및 주식 시장에 대한 압박도 가중됐다고 전했다.
터키와 남아공 등의 대응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JP 모건 애샛 매니지먼트의 글로벌 신흥시장 채권 대표 피에르-이브 바로는 블룸버그 통신에 "터키가 전격적으로 금리를 대폭 인상했으나 충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의 선진국 환거래 책임자 스티븐 잉글랜더는 신흥국이 금리 인상 충격에 버티는 데 한계가 있다고 경고했다. 잉글랜더는 블룸버그에 "이들의 중앙은행과 정치권이 금리 인상 충격을 견디기에는 너무 취약하다"면서 "후속 조치가 버거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흥시장으로 자금이 다시 회귀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템플턴 신흥시장 그룹의 마크 모비우스 회장은 연준의 추가 테이퍼링 충격이 지나고 연내 신흥시장으로 자금이 다시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9일 요하네스버그 회견에서 "투자자들이 지금은 미국의 상승장을 즐기고 있지만 신흥시장의 여러 여건이 자본을 다시 끌어들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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