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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세계가 걱정하는 아베 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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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스위스 그라우뷘덴주에 위치한 세계적인 관광지가 있다. 다보스다. 여름철 휴양지로도 유명하지만 세계적인 스키리조트인 덕에 겨울이면 수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아 슬로프를 질주하며 휴식과 재충전을 하곤 한다.


경제전문가나 기업가들에게 다보스의 의미는 휴양지라기보다는 한 해의 경제전망과 향후 비즈니스를 위한 통찰력을 얻는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해마다 이곳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의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 때문이다.

미국 와이오밍주의 유명 스키리조트인 잭슨빌에서 여름에 열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례 콘퍼런스가 전 세계 중앙은행장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자리라면 다보스는 세계 경제의 방향에 대한 보다 다양한 시각과 전망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이 때문에 수많은 기업가, 경제전문가, 정치인들이 이곳을 찾는다.


다보스 포럼의 주요 논제는 이후 선진7개국(G7),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의제로 채택되며 영향력이 날로 커져왔다. 특히나 2008년 위기 이후 이곳에서 들려오는 펀드 매니저 조지 소로스, 릫닥터 둠(Dr. Doom)릮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의 위기극복 처방전은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올해 다보스 포럼은 경제보다는 정치에 휘둘리며 제 역할을 못하고 오히려 분란만 키웠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돌발 행동 때문이다.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일본과 중국이 과거 1차대전 직전 영국·독일과 비슷해 우발 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망언은 포럼 참석자들은 물론 전 세계 유수 언론들의 관심을 샀다.


때마침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으로 기억되는 1차세계대전 100주년에 대한 재평가 논의가 활발한 유럽에서 그의 입에서 나온 발언은 놀랍기 짝이 없었다.


발언은 거침없었다. 중국과 일본의 돌발적인 충돌은 전 세계에 대재앙이 될 것이며 세계 경제가 엄청난 혼란에 빠질 수 있는 만큼 중국의 군비 증강 확대를 중단하라는 요구까지 이어졌다. 일급 전범들의 위패가 모여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전쟁에서 스러진 사람들의 혼을 위한 것이라는 억지까지 썼다.


아무리 이번 포럼의 주제가 릫세계의 재편릮이라고 하지만 아베 발언의 후폭풍 속에 소득 불균형, 청년 실업, 급격한 기후변화 등의 문제는 물론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축소와 이에 따른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 등은 그의 발언 이후 관심의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세계 경제가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나온 아베 총리의 발언은 한국과 중국이 우려해온 일본 우경화의 영향력이 지역적인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고민거리로 확대 재생산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한편으로는 오히려 지금이라도 문제가 부각된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동북아 내에서만 회자되던 일본 우경화에 대한 우려가 글로벌적인 논의로 확대되는 계기가 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전 세계 지성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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