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미하엘 슈마허(45·독일)가 이룬 성공의 일부를 재현하고 싶다.”
포뮬러 원(F1) 간판선수 페르난도 알론소(33·스페인)의 올 시즌 각오다. 그에게 슈마허는 롤 모델이자 우상이다. 베네통 르노에서 테스트 드라이버로 일한 2002년부터 모든 것을 닮고 싶어 했다. 그 마음은 12년이 흐른 현재도 변함이 없다.
알론소가 두각을 나타낸 건 2005년부터다. F1에서 7승을 챙기며 슈마허의 6년 연속 종합우승을 저지했다. 이듬해 F1에서도 7승을 따내 2년 연속 종합우승을 달성했다. 모두 베네통 르노에서 이룬 성과다. 2007년 맥라렌 이적 뒤로는 종합우승이 없다. 2010년 스쿠데리아 페라리로 옮긴 뒤에도 번번이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올해는 페라리에 둥지를 튼 지 5년째가 되는 해다. 알론소에게는 적잖은 의미가 있다. 롤 모델인 슈마허가 페라리로 이적한 지 5년째가 되는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종합우승을 독식했다. 알론소는 전철을 그대로 밟고 싶어 한다. “올해만큼은 꼭 좋은 결말을 맺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걸어온 길은 매우 흡사하다. 알론소는 슈마허처럼 2년 연속 종합우승과 함께 F1의 간판으로 거듭났다. 당시 슈마허의 소속은 베네통 포드다. 알론소와 우승을 함께 한 베네통 르노의 전신이다.
그 뒤 주춤하고 있는 알론소처럼 슈마허에게도 긴 제동이 있었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1997년에는 2위에 해당하는 점수를 얻고도 유럽 그랑프리에서 피할 수 있었던 사고를 일으켰단 이유로 실격 처리됐다.
알론소는 긴 침체기를 깨고 5년 연속 종합우승을 이룬 슈마허처럼 올해 역전드라마를 일구겠단 각오다. “2010년(2위)과 2012년(2위)이 아깝다”면서 “챔피언에 오를 가능성은 여전히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는 슈마허에 대한 존경심도 잊지 않았다. “누가 뭐래도 슈미(슈마허의 애칭)는 우리 드라이버들의 우상”이라며 “어서 병상에서 깨어나길 신께 기도하고 있다. 영웅의 귀환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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