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미국의 여성 최고경영자(CEO)들은 후끈 달아오른 기업공개(IPO) 시장의 열기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의 마틴 케니 사회학 교수와 도널드 패턴 경제학 교수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1996~2013년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의 3%만이 여성 CEO 기업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분위기는 최근 들어서도 변하지 않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신규 상장한 기업 수는 82개로 2007년 이후 가장 많았지만 여성 CEO 기업 수는 2개에 불과했다.
페이퍼컴퍼니, 부동산투자신탁, 설립된지 30년 이상 된 기업, 대기업에서 분사한 기업 등은 이번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케니 교수는 "이것은 재계에서 여성 CEO들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기 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에 가깝다"면서 "여성 CEO가 주도하는 IPO가 드문 것은 벤처 투자자와 벤처 기업 설립자들 가운데 여성이 소수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의 IPO는 IT(정보기술) 분야 벤처 기업들이 주도하는 분위기지만 미국의 벤처 투자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11%에 불과하다. 또 실리콘밸리 상장사의 고위 임원급 인사 가운데 여성 비율은 11.5%로 S&P100지수 편입 기업의 14.7% 보다 적다.
예컨데 2012년 미 주식시장에서 최대 규모 IPO를 단행한 페이스북에는 상장 당시 여성 임원이 단 한명도 없었고 2013년 상장한 트위터도 한 명의 여성 임원만이 이사회 의석을 채우고 있었을 뿐이다.
투자자들이 IPO를 단행하는 기업 CEO의 성별을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는 분위기도 IPO 시장에서 여성 CEO들이 자취를 감춰버린 또 하나의 이유로 지적됐다.
미국 유타대 경영대학원 연구팀은 최근 조사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의 학생들에게 같은 기업이지만 CEO의 성별을 바꾼 채 IPO 투자설명서를 나눠줬다. 그 결과 CEO의 성별이 남성으로 표기된 기업에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학생 수가 여성 CEO 표기 기업 보다 네 배나 많았다.
연구팀을 이끈 리다 비겔로 교수는 "IPO를 준비하고 단행하는 긴 기간 동안 여성들에 대한 무의식적인 편견이 작용하고, 이러한 편견이 여성들을 죽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