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감사 연임 등으로 절반 이상이 금감원 출신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금감원 OB들만 신났다(?)'
금융감독원의 금융권 감사 제한 조치가 기존 금감원 출신 감사들의 근속 기간만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2011년부터 감사 재취업을 사실상 금지시키면서 직원들의 이동 여지가 없어졌지만, 이전부터 감사직을 수행하던 이들은 연임하거나 금융기관을 옮겨 다니면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2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31개 증권사 중 상근감사나 감사위원회 위원이 금감원 출신인 증권사는 총 17곳에 달했다. 취업을 제한하겠다고 선언하기 전인 2011년 3월 기준 31개 증권사 중 24개사에 금감원 출신이 있던 것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결과다. 특히 금감원 출신 상근감사나 감사위원이 없는 증권사 중에는 대신증권처럼 사외이사를 금감원 출신으로 채운 곳도 있었다.
금감원 출신 감사는 대부분 금감원 국장 이상의 고위직을 역임했으며 부원장이나 부원장보처럼 임원 출신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자본 1조원 이상의 10개 대형사 중에서는 하나대투증권, 대신증권, 우리투자증권을 제외한 7개사가 금감원 출신을 감사로 고용하고 있다. 이 중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은 모두 2008년이나 2009년부터 감사를 맡았던 금감원 출신이 여전히 감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7년 간 감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어서 대부분 한차례 이상 연임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낙하산 감사’를 철폐하겠다고 선언한 뒤 기존에 감사 자리에 있던 금감원 출신들이 대부분 연임하거나 다른 증권사 등으로 옮겨 감사로 취업하고 있다”며 “금감원 재취업 제한 조치로 기존 금감원 출신 감사들이 오히려 수혜를 입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후폭풍으로 만들어진 금감원 개혁 TF를 통해 ‘낙하산 감사’ 관행을 철폐하고 재산등록 대상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쇄신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그해 9월 관련 법 개정 이후 금감원 출신 금융권 감사 재취업을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
한편 2011년 당시 금감원 출신을 감사로 고용했지만 현재 감사에 금감원 출신을 고용하지 않고 있는 7개사는 감사원 국장, 지검 검사장, 기재부 공무원 등 다양한 곳에서 감사를 고용했다.
정재우 기자 jj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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